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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그 겨울의 찻집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6-01-19 18:47:2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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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찻집’을 손에 쥔 건 뜻밖의 소득이었다. 지난 3일 오후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 개관 영화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바람이 전하는 말’을 봤다. 60년 동안 3000곡 이상을 작곡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김희갑 작곡가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김 작곡가의 음악은 작사가 양인자를 만나 더 깊어지고 더 넓어졌다. 양 작사가 작품이 400곡을 넘는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람이 전하는 말’과 함께 ‘그 겨울의 찻집’은 두 사람이 작사 작곡한 노래다. 양 작사가가 2023년 자신의 노랫말 이야기를 담아 펴낸 에세이집 제목이 ‘그 겨울의 찻집’이다.

다큐를 만든 양희 감독이 이 책과 다큐 포스터를 관람객 한사람 한사람에게 나눠줬다. 양 작사가가 고향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양 작사가는 이북에서 태어난 그해, 한국전쟁 통에 월남했다. 부산에서 중고교를 다니며 문학 소녀의 꿈을 키웠고, 방송작가이자 작사가로 성공했다. 이날 전석이 관람객으로 찼으니 만원사례인 셈이다. 뜻밖의 소득은 또 있었다. 양 감독이 다큐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것이다. 큰 박수를 받은 에피소드는 가왕 조용필 인터뷰 성공기. 2년 동안 공을 들여도 연락이 없던 가왕을 다큐 완성 마감일을 앞두고 겨우 만났다. 양 감독이 양 작사가의 딸을 설득해 “엄마 아빠 다큐에 가왕이 없으면 안 된다”고 사정한 다음이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람이 전하는 말’ ‘그 겨울의 찻집’을 모두 조용필이 불렀다. 에세이집 ‘그 겨울의 찻집’에 그 딸이 등장한다. 지나가는 말처럼 엄마가 쓴 노랫말을 정리해보는 게 어떠냐고 했고, 그 덕분에 책을 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니 다큐 ‘바람이 전하는 말’과 ‘그 겨울의 찻집’은 ‘한국 대중가요의 품격’을 세운 두 사람 인생사를 보는 양면 거울이다.

겨울 찻집은 추억 창고다. 사랑과 이별, 희망과 절망의 교차로다. 누구든 공유하며 위로 받을 수 있어 자꾸 그 쪽으로 마음이 쏠린다. 김희갑 양인자 부부는 서로 만든 작품을 테이블에 올려 두고 마음이 가는대로 곡을 붙이고 가사를 쓴단다. 각자 세계를 인정하는 배려다. 그렇게 만들어진 독창적이고 드라마틱한 곡과 서정적이며 시대와 공감하는 가사는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찬바람에 잔뜩 웅크렸던 몸을 펴며 그 어느 구비에서 찾았던 찻집을 떠올리듯이.

오늘 대한(大寒)이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지만 올해만큼은 ‘큰 추위’라는 이름값을 할 모양이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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