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됐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요청했다. 내란죄 사형 구형은 1996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30년 만이다. 특검은 12·3 비상계엄을 ‘반국가 세력에 의한 헌법 질서 파괴 사건’으로 규정하고 “입법권과 사법권을 찬탈해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 집권하려 했다. 헌정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며 구형 사유를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최후 진술을 통해 “국헌문란 목적이 아닌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 내란이 아니다”면서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내란 재판 1심 선고는 다음달 19일 오후 3시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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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내란 특검의 사형 구형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같은 내란죄라 해도 전 전 대통령의 ‘5·18’과 윤 전 대통령의 ‘6시간짜리 비상계엄’이 같은 죄질일 수는 없어서다.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에서 전직 대통령을 향한 법정 최고형 구형이 형 집행 실현 여부를 떠나 그만큼 중대한 범죄이고 단죄가 필요하다는 준엄한 경고와 처벌 의지로 읽히는 이유다. 여기엔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경위의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을 혼란에 빠트린 데 대한 결과론적 반성이나 참회가 없는 윤 전 대통령의 태도도 영향을 분명 미쳤을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국가원수로서 책임감이나 품격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재구속 이후 특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을 뿐더러 재판에 출석해서도 변명 책임전가 궤변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비상계엄이 야당의 무도함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후유증을 미리 경고하지 않은 국무위원에게 책임을 돌리는 식이다. “이리떼들의 내란몰이 먹이가 됐다. 숙청과 탄압으로 상징되는 광란의 칼춤이다”는 최후 진술은 아무리 자기 방어를 위한 변론이라 해도 끝까지 들어주기 민망한 논리로 점철됐다. 행정수반이자 군 통수권자 명령을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내란 동조 혐의를 쓰고 수십년 징역형을 구형받은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미안함은 없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전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방식으로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았는지 국민은 안다. 그러나 국정 운영은 정무적 감각을 요하는 정치행위이다. 상대가 아무리 무리한 방식으로 싸움을 걸어도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했다. 문제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던 비정상적 판단이 윤 전 대통령 본인의 운명만 바꾼 게 아니라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보수 진영 전체, 그리고 국민과 국가의 비극으로 나아갔다는 사실이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재판 외에 7개의 재판이 더 남아 있다. 지금라도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의 반면교사 사례로라도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