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지난 12일 김병기 전 원내대표 징계 심사 첫 회의에서 당적을 박탈하고 강제 출당하는 ‘제명’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구의원으로부터 불법적인 공천 헌금을 받은 것은 물론 쿠팡 측과의 호텔 식사, 고가의 제주도 호텔 숙박권 수수, 차남 편입학 개입 등 13가지 비위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징계 심사에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중 상당수가 당헌·당규에서 규정한 ‘징계 시효’가 지났다며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국회의원이자 여당의 원내 사령탑을 지낸 인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이다. 신속하고 엄정한 강제수사 필요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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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징계 심사에서 의혹 대부분을 부인한 것은 물론이고 쿠팡과의 식사, 제주 호텔 숙박권 향응을 제외한 11가지 의혹은 징계 시효가 소멸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당규는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징계 시효에 예외 조항은 성범죄에 국한한다. 특히, 징계 사유의 핵심 의혹인 공천 헌금 수수는 2020년이어서 징계 시효가 소멸됐다는 게 김 전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당시 구의원들이 김 원내대표에게 공천 헌금을 건넨 뒤 돌려 받았다는 명확한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징계 시효를 운운하는 태도는 국민을 무시하는 언사다. 사법상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소멸시효는 7년, 뇌물은 최대 15년이다. 당의 징계를 피한다고 해서 비위 사실이 없었던 일로 덮여지지 않는다.
김 전 원내대표가 탈당도 하지 않고 징계에 반발하며 버티는 것은 당의 보호막 아래서 각종 혐의에 정치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아울러 징계 회의에서 “한 달만 시간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흘러 국민적 관심이 무뎌지거나 다른 정치적 사건으로 지금 이슈가 묻히기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이유든 상식 이하의 행태다. 특검을 포함한 신속한 강제수사의 당위성이 커지는 부분이다. 13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회동하고 김병기 강선우 의원이 연루된 공천 헌금 수수 의혹 특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특검과 관련해 공조 의사를 밝혔다.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구속 수사 등 강제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동으로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합의했다. ‘늑장 수사’ 논란이 이는 경찰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15일 의원총회에 김 전 원내대표 제명안을 상정해 의결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제명에는 당 소속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김 전 원내대표가 재심을 청구하면 윤리심판원 징계 절차를 다시 열어야 한다. 이럴 경우 정청래 대표가 당 대표 직권으로 비상징계를 전격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상징계는 윤리심판원 절차와 상관없이 최고위원회 의결로 제명을 결정해 의원총회에서 의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