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본능적으로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갖고, 더 크게 이루길 바라는 존재다. 그리고 남과 비교해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 쉽게 자신을 비하하며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덧없는 일인지 깨닫게 된다. 누워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환자들이 오히려 더 밝은 얼굴로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그분들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단순한 긍정이 아니다. 받아들임과 감사,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 미소다.
내가 돌보는 60대 초반의 K 씨는 2016년 8월부터 고혈압성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치료를 받고 있다. 3년 뒤엔 뇌경색으로 우측 상하지 마비와 언어장애가 생겼고, 신장에 이어 심근경색까지 겪었다. 지금은 휠체어에 의지해 지내야 하지만, 언제나 밝게 웃으며 의료진을 맞이한다.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거나 외부 소식을 접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로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은 주변 사람에게 늘 감동을 준다.
50대 후반의 L 씨는 2013년 뇌출혈로 인한 좌측 편마비 후유증으로 거의 누워 지낸다. 그러나 회진가면 늘 밝은 표정으로 의료진을 반기고, “힘내시라”는 나의 격려에 오히려 “고생 많으시죠”라고 대답한다.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남을 위로할 수 있는 마음은 어떤 건강보다 값지다.
85세의 S 할머니는 치매로 2019년부터 본원에 계신다. 초기에는 다른 환자들과 정답게 지냈지만, 최근에는 증상이 심해져 낙상과 이상행동 위험으로 부득이하게 손 억제대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여전히 밝다. 의료진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잃지 않고, “할머니 젊으셨을 땐 인기가 많으셨죠?”라는 농담에, “지는 더 하면서…”라고 응수하신다. 그 유쾌한 답변에 병동이 웃음으로 가득 찼던 일이 아직도 기억난다.
올해 87세의 K 할머니는 파킨슨병과 치매가 함께 진행되면서 점차 반응이 줄어든 상태다. 가족의 이름도 얼굴도 잊어버린 채 침대에 누워 지내지만, 한때는 인사마다 미소로 답해주시던 분이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지, 그리고 우리가 평범하게 일어나 걷고, 말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렇게 어려운 환자분들의 삶을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가 얼마나 많은 자유와 선택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는다.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마음 내키는 곳을 갈 수 있으며,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우리는 사실 이미 행복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바쁜 일상과 끝없는 비교 속에서 불행을 자초한다. 진정한 행복은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방향을 조금만 돌리면, 같은 현실 속에서도 감사할 이유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국가적으로도 2025년 한 해는 다사다난했다. 전임 대통령 탄핵에 이어 조기 대선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고, 한미무역·관세 협상 등 굵직한 사회적 현안이 이어졌다. 분단된 현실 속에서 전쟁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우리는 종종 불안과 피로를 느낀다.
하지만 세계 인구 약 78억 명 중 절반가량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7%, 65세 이상 생존 인구는 8%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한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교육·의료·경제 등 여러 지표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세계 147개국 중 58위, OECD 38개국 중 33위로 낮은 편이다.
이 불행의 근원을 들여다보면, 부족한 삶의 균형, 치열한 경쟁, 실패에 대한 사회의 냉정함, 그리고 무엇보다 ‘비교하는 문화’가 그 중심에 있다. 남보다 조금 못하면 불행하다고 느끼고, 더 가지지 못한 것을 탓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를 끊임없이 지치게 만든다. 행복은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의 비교에서 비롯돼야 한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안다면 세상은 훨씬 따뜻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하는 많은 문제는 실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마음의 관점을 달리하면 삶의 무게도 달라진다. 다가오는 병오년 적토마의 해에는 우리 모두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려,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사회와 나라가 함께 건강하고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