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둘러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파문이 크다. 이재명 정부 내각 첫 낙마 사례라는 점에서 현 정부에 오점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여야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줬다는 사람 진술만 있고, 당사자는 안 받았다며 손사래 치는 이 의혹의 진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래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특검이 편파 수사 빌미를 제공한 것도 문제지만 정치 영역에 특정 종교가 개입할 구멍이 이렇게 컸다는 사실은 정치권이 두고두고 반성해야 마땅하다.
부산 입장에선 타격이 피부에 와닿는다. ‘해수부 부산 시대’를 이끌던 장관이 자리를 비웠다.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대통령 공약을 실천할 최적의 인사”(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가 그를 발탁한 배경이었다. 세종에서 부산으로 이삿짐을 옮기던 해수부 직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해양수도 부산’이 이제서야 이뤄지겠거니 하며 꿈에 부푼 부산 시민 실망감은 상상 이상이다.
당혹스러움과 실망감은 일차적으로 전 전 장관에서 쏠린다. 부산에서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출신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였다. 경쟁 상대인 국민의힘을 잠시 제쳐두고 말하자면 부산의 귀한 정치 자산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민주당 진영에서부터 “기가 찬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전 전 장관은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지난 11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로서도 최선을 다해 결백을 증명할 방도를 찾고자 할 것이며, 결과는 시간에 달렸다. 그 밑바탕은 정치를 왜 시작했느냐는 초심, 이를 유지하려는 평정심을 지켜왔느냐는 자기 반성이다.
동양 정치의 교과서 ‘맹자’ 14편 3만5000자를 탈탈 털면 ‘의’(義)자만 남는다고 했다. 이익(利)에 앞서는 지향점이자 행동강령이다. 마지막 편인 ‘진심’ 하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이 모두 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이를 할 수 있는 데까지 이르게 한다면 ‘의’다. (…) 사람이 능히 남의 집 담장에 구멍을 뚫거나 넘어가지 않겠다는 마음을 채울 수 있다면 ‘의’를 이루 다 쓸 수 없을 것이다.” 담장에 구멍을 뚫거나 넘어가는 일(穿踰·천유)은 곧 도둑질이다. 남의 재물을 탐하는 도둑질만 죄이겠나, 정치의 본분을 잃고 기대를 저버린다면 그보다 큰 죄가 있겠는가. 그래서 ‘맹자’가 ‘하필 이익을 생각하겠소’하며 권력자에게, 정치인에게 죽비를 내리는가보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