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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제는 이것도

이청산 백산안희제선생 독립정신계승사업회 이사장

  • 이청산 백산안희제선생 독립정신계승사업회 이사장
  •  |   입력 : 2025-12-03 19:20:3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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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도 많은 일제 잔재를 가진 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것이 일제 잔재인지도 모르고 생활하고 있고, 그것을 바로 잡는 데는 까다로운 행정적 절차와 확실한 뜻을 모르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그냥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근한 예로 우리가 오르고 있는 엄광산(嚴光山)만 해도 얼마 전까지는 고원견산(高遠見山)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산의 정상에 올라서면 대한해협을 지나 멀리 일본의 대마도(쓰시마)까지 볼 수 있다는 의미의 일본식 지명으로 ‘신하가 돼 일본에 엎드려 절을 한다’는 뜻의 민족정기 말살이라는 식민 풍수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 지명 바로 찾기 운동에 따라 시민의 노력으로 이름을 되찾았다.

이런 지명뿐만 아니라 대단히 중요한 명칭도 있다. 광복이 되고 50년 가까이 지금의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이르는 데 조금의 의혹도 없었고 그 학교를 다니고 졸업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국민학교라는 명칭은 1941년 일제칙령 제148호 ‘국민학교령’에 의해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소학교(1894~1906) 보통학교(1906~1938) 심상소학교(1938~1941) 등의 명칭이 사용됐었다.

1995년 8월 11일, 교육부는 광복 50주년을 맞아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국민학교의 명칭을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12월 29일 교육법 개정을 통해 1996년 3월 1일부터 전국의 모든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새롭게 출발했다. 명칭 변경 논의 과정에서 국민학교가 ‘황국신민학교’의 대응어라는 주장이 있었다. 조선총독부가 황국신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적용한 여려 정책들을 펼치던 시기에 해당 어휘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국민학교령 제1조에는 국민학교는 황국의 길에 따라 초등보통교육을 실시하며 국민의 기초적 연성을 행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때의 국민학교령 자체가 군국주의가 극성에 달하던 시기에 성립되었으며 교육의 목적을 ‘황국 국민의 기초적 연성’으로 정하고 교육과정에 국가신토 등이 포함됐으므로, 이를 ‘황국신민화 교육’으로 보는 것은 틀리다고 하기 어렵다.

이렇게 어렵게 명칭을 바꾼 초등학교 또한 깨어있는 시민 노력의 산물이다.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일제강점에서 벗어나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다. 우리의 광복혼이 담긴 독립기념관 관장이라는 자는 연합국의 승리로 그저 얻은 독립이라 한다. 우리는 일본에 얹혀 살아오다 어느 날 남의 힘에 의해 그저 얻어 독립을 했다는 것인가? 우리는 본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나라를 강제로 빼앗겨 온갖 핍박을 이겨내고 우리의 노력이 더해져 되찾은 것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선열의 눈물과 피와 숱한 희생이 있어 광복을 맞이한 것이다.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이라고는 하면서 일제강점 하에서의 광복운동을 독립운동이라 하고 독립기념관에 조국의 광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일제와 싸우고 우리 민족의 광복을 염원했던 역사들을 보존하고 있다.

그러면 독립은 무엇이며 광복은 무엇인가? 독립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나 단체가) 완전한 자주권을 가진다는 의미다. 남이나 위의 것에 속박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생활하거나 활동하는 것을 뜻한다. 순우리말로는 ‘홀로서기’라고 한다. 반면 광복(光復)은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음을 의미한다. ‘광복’은 그 이전에 독자적인 실체가 있던 경우에, ‘독립’은 그 이전에 독자적 실체가 없던 경우에 많이 쓰인다. 그래서 ‘한국이 일제로부터 광복(해방)되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와 같이 표현한다. 물론 점유됐던 시기가 길어지면 독자성이 옅어지고 동화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냥 ’독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분명한 사실은 1910년 일본은 합법적으로 한일합병을 한 것이 아니라 강제로 침탈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국처럼 독립된 것이 아니라 강제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것이고 광복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강점기간 동안 우리의 말과 글을 없애고 우리를 그들에게 동화시키려 성과 이름을 빼앗았지만 우리는 그들에 동화되지 않았고, 독자적으로 임시정부를 만들고, 광복군을 조직해 무장투쟁을 했다. 바로잡아야 할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물론 먼저 내가 소속된 단체 이름에서 독립을 광복이라고 바꾸는 일부터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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