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0.73% 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몇달 뒤 패인을 분석한 백서가 나왔으나 이 사실이 언론에 의해 공개된 건 1년 6개월이나 지나서였다. 알려진 백서 내용도 의외였다. 대선 패배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 때문이라고 분석한 대목부터 그렇다. 정권 지지세가 강하다 보니 경각심이 약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에 관한 평가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궤멸적 참패를 맛봤으나 백서가 나오기까지 6개월이나 걸렸다. 당내 계파간 유불리를 따지느라 발간 일정을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면서다.

백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행정 전반을 정리하거나 올림픽처럼 대규모 행사가 끝난 후에 내놓는 일종의 종합보고서다. 그렇다고 백서가 단순한 자료 집대성이나 중립적인 기술에 그치는 건 아니다. 발간 주체, 사안에 따라 얼마든지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우리 국방백서에 북한을 뭐라고 부르느냐, 일본 방위백서에 독도를 누구 땅이라 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이유다. 실패한 이벤트의 사후 평가는 발간하는 입장에선 ‘계륵’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반성하려니 뼈 아프고 남 탓 하려니 비겁해 보인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활동 백서’가 나왔다. 엑스포 부산 유치가 실패로 돌아간 지 정확히 2년 만에 나온 결과다. 2014년부터 10년간 활동을 담은 309쪽 분량의 백서는 기획 준비 활약상에 대부분 할애됐고 총평은 19쪽에 그친다. 지나친 낙관론, 교섭 추진 체계의 한계 등에다 정부 부처간, 정부와 부산시간 협력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현지 사정에 기초한 판세 전망이 묵살 왜곡되는가 하면 때로는 실적 경쟁에 의해 과장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전략과 현실 인식 부재 탓에 유치가 실패로 끝났다는데 방점이 찍혔다.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을 따지면 하나 둘 아닐 것이다. 그중에서도 학예발표회 수준이었던 마지막 5차 프레젠테이션(PT)은 보는 사람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119 대 29라는 격차는 충격적이지만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 대개조 프로젝트 일환으로 경쟁에 뛰어드는 순간 부산의 승리 확률은 대폭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부산시 어느 쪽에서도 실패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나오지 않았다. 통렬한 반성이나 사과가 빠진 백서가 무슨 교훈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백서 발간 기자회견도 뉴스 주목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금요일이었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