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비대면 진료와 주치의제도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  |   입력 : 2025-11-27 18:49:3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원격의료는 의사와 환자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비대면 진료를 말하는데, 약 30년 전부터 이미 세계적으로 중요성을 조명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이런 흐름을 적극 수용한 김대중 정부의 노력으로 2002년 3월 30일 의료법을 개정해서 ‘의사-의료인 간 원격자문’ 유형의 원격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본격적 원격의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1단계 개혁에 불과했다. 이후 우리 정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2단계 개혁을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그 과정은 정치·사회적 갈등과 무산의 연속이었다.

제18대 국회 때인 2010년 4월, 이명박 정부는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서비스 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된 범위에서 허용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반대했고, 의료민영화를 우려한 시민사회단체와 야당(민주당)도 강력하게 제동을 걸었다. 결국 이 법안은 폐기되었다. 박근혜 정부도 제19대와 제20대 국회 때 원격의료를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연속해서 제출했지만, 이것들 역시 의료계와 야권의 반대로 폐기되었다. 상황은 제21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원격의료의 개념을 “모든 의료분야의 전문가들이 떨어진 장소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질병 또는 부상의 예방·진단·치료, 의료공급자들에 대한 꾸준한 교육, 그리고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유용한 정보와 의료서비스를 교환하고 공급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원격의료를 적극 도입했다.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원격의료는 의료 이용의 접근성과 형평성 향상, 지리적 사각지대 해소,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지역사회의 건강관리 능력 향상, 이동 경비와 시간 절약, 의료 이용의 적시성 증가, 입원·응급의료 회피 가능성 증대 등의 유익한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감염 방지책의 일환으로 시범사업 형태의 전국적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2020년 2월 처음 시작했고, 지금까지 5년 넘게 시행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원격의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우호적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비대면 진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계기가 마련되었다. 11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것인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격의료의 명칭을 ‘비대면 진료’로 정했다. 둘째, 희귀질환자, 제1형 당뇨병 환자, 수술 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동네의원이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하도록 했다. 셋째, 정부가 비대면 진료 중개 업체에 대한 법적 규제와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넷째, 준비를 거쳐 비대면 진료를 1년 후에 시행하도록 했다.

의료계와 시민사회·야권이 그동안 비대면 진료의 도입을 반대했던 주요 이유는 정확성·안전성의 미흡, 대형 병원 환자 쏠림, 그리고 의료민영화였다. 대형 병원 환자 쏠림과 의료민영화 우려는 지난 5년 간의 시범사업 과정에서 대형 병원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없도록(동네의원만 허용) 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남는 문제는 비대면 진료의 정확성·안전성에 대한 우려다. 그런데, 만약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의사가 제도적 장치를 통해 환자의 건강·질병 상태를 평소에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면, 초진이든 재진이든 비대면 화상 진료에 대한 이런 우려는 거의 없어진다. 그래서 비대면 진료의 관건은 바로 주치의제도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의 정보화 고속도로 덕분에 정보통신기술의 활용 측면에서 다른 나라에 크게 앞섰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에서는 수년이나 뒤처졌는데, 그 이유는 바로 대부분의 선진국에 있는 주치의제도가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주치의제도의 기반 위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보건의료의 성과 향상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 측면에서도 크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원격의료를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주치의제도가 없는 무질서하고 비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로 인해 원격의료의 도입을 둘러싸고 많은 갈등 비용을 치렀고, 과학기술의 활용에서도 뒤처지고 말았다.

올해 10월부터 제주도에서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시작되었고, 의료법 개정으로 1년 후부터 비대면 진료 시대가 열린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주치의제도를 공식적으로 전국에 도입하는 것이 정답이다. 게다가 주치의제도는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주치의 기반의 지역사회 보건의료가 발전하면 입원과 집중 치료 중심에서 건강증진과 예방 중심으로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주치의 중심의 지역 완결형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의료 제공의 효과·효율성 제고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나아가 주치의제도의 비대면 진료 체계가 작동하면 디지털 의료에 인공지능을 탑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미래 보건의료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6. 6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7. 7"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8. 8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9. 9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10. 10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10. 10"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