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적극 추진하는 ‘인공지능(AI) 3대 강국론’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한민국을 미국 중국과 함께 ‘AI G3 국가’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를 실현하려면 바꿔야 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

미국에는 구글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오픈 AI를 비롯한 세계 빅테크의 대부분이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에 전 세계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고 스타트업을 육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AI 100대 기업 가운데 59곳이 미국에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AI 정책, 강력한 인재풀,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기업 수는 10곳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AI 인재 가운데 60%는 중국 국적이거나 중국계다. 중국은 진로 탐색, 인재 선발, 역량 형성, 연구개발 역량 고도화, 인재 정착, 글로벌 인재 유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전략적으로 연계해 교육·연구·산업 간 단절을 줄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AI 경쟁에서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AI 기초 모델을 개발하려면 수학과 물리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 개발된 AI 모델을 바탕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만들려면 똑똑하고 숙련된 공학도를 길러내야 한다. 인재 양성은 예산만 늘린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 중고생들은 의대에 가기 위해 점수 경쟁에 올인한다. 물리학이나 수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은 한국에서는 적어도 시대착오적 인간이 된다. 공대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간된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는 “한국 입시는 정량평가 중심이어서 도전적 사고, 창의성, 협업 역량을 반영하는 장치가 없다”며 “대학이 학생을 선발한 후에도 학문적 다양성, 연구주제 선택 등 자율성을 보장하지 못해 ‘문제풀이형 인재’가 재생산된다”고 설명했다.

몇몇 대기업에 국가 자원을 몰아줘 인위적으로 글로벌 100대 기업을 만들려는 ‘낡은 사고’로는 AI 강국이 되기 어렵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실리콘밸리처럼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창업자가 언제든 대기업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 인적·물적 자본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창의력 높은 인재를 길러내 이를 대접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외에는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는 그런 ‘기회의 나라’를 만드는 시작을 했으면 한다. 바꾸지 않으면 생존조차 할 수 없다.

정옥재 서울정경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