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 구간에서 땅꺼짐 현상(싱크홀)이 집중됐던 것은 이 구간의 부실한 물막이(차수) 공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1공구인 새벽로 일대에서 발생한 12건의 싱크홀 원인이 부실한 차수 시공은 물론 부산교통공사의 안일한 관리·감독에서 비롯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2년간 14건의 싱크홀이 발생한 사상~하단선 2공구 특정감사에서도 비슷한 관리 부실이 발표되면서 사상~하단선 시공 사업장 일대가 부실공사 투성이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교통공사는 그동안 집중호우와 노후관로 누수를 싱크홀의 원인이라고 항변했지만 감사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노후관로 누수는 싱크홀 현상의 속도를 높였을 뿐 근본 원인은 부실공사와 관리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지난 4월 14일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새벽시장 인근도로에서 가로세로 각3ｍ, 깊이2ｍ크기의 지반침하가 발생해 관계기관이 안전조치 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 제공

시 감사위는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가 흙막이 공사에 앞서 물막이 시공을 거치지 않고 굴착작업을 진행한 것을 싱크홀의 주요 원인으로 봤다. 엉성한 차수 공사로 작업장 내로 오랜 기간 지하수와 세립토가 유출돼 지반 붕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싱크홀의 전개 과정이다. 감리와 관리를 맡은 건설사업관리단과 부산교통공사의 업무 태만도 지적됐다. 시공사가 지하 시설물 간섭 등을 이유로 법적 의무인 기술자문조차 거치지 않고 차수 공법을 변경했지만 감리를 맡은 건설사업관리단은 이를 확인하고도 공사 정지나 재시공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 뒤늦게 교통공사에 이를 보고했으나 교통공사도 설계변경 지시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내부 보고만 했다. 관리책임자가 문제를 쉬쉬하며 부실을 키운 셈이다.

사상~하단선 1·2공구에서 잇따라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시민은 불안에 떤다. 원인 규명이 될 때까지 공사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사업장 인근 동서고가로까지 붕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된다.1·2공구 감사 결과, 부실한 차수 공사와 관리가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시와 교통공사는 재시공 또는 설계 변경 등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부산은 상수도 관로가 노후된 곳이 많아 싱크홀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우려가 높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에서 보듯 안일한 안전 의식은 되돌릴 수 없는 인명 피해의 원인이 된다

도시철도 건설 등 대규모 지하개발이 늘어나면서 재난영화에서나 보던 싱크홀은 우리 일상으로 들어왔다. 전국에서 최근 5년간 싱크홀이 900건 이상 발생했고, 경기도와 광주 부산 등지에 집중됐다. 정부는 지하안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싱크홀 우려 구간 직접 탐사에 나서기로 했다. 연약지반 내 굴착공사가 진행된 현장 중 지하시설물이 밀집된 구간과 최근 5년 내 지반침하가 발생한 구간, 지반침하 의심 민원 발생 구간 등 500㎞ 조사구간에 대해 연말까지 탐사를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