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글로벌 도시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지리적 이점도 있지만 창이공항이라는 세계적 공항을 기반으로 한 트라이포트(tri-port) 복합물류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환적 물동량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으로서 공항이 지니는 힘은 엄청나다. 우선 생산과 부가가치, 고용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또한 물류 기능에 네트워크 기능이 더해진다. 이는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면서 지역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인천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국제공항이 개항한 후 인천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2003년 전국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비즈니스 허브,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정체를 보이던 제조업은 반도체 바이오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수출 중심으로 성장했다. IT·화장품·제약 등 경박단소 제품은 항공을 통한 수출이 용이, 수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공항 접근성이 높은 인천으로 이전했다. 공업 용수와 전력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인근 경기 용인이나 파주 등에 반도체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산업이 집적하는 것도 공항 접근성이 한몫을 하고 있다.
예상은 됐지만 결국 경제 규모에서 인천이 부산을 추월했다. 2023년 인천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117조 원으로 부산의 약 114조 원을 넘어섰다. 향후 그 격차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조만간 인구 수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제2의 도시’라는 문구를 프로야구 중계 화면에 노출하면서까지 인천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차질을 빚고 있으니 부산으로서는 매우 유감스럽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김해공항 확장, 밀양 신공항으로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2021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됐고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2029년 조기 개항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박람회 유치 실패로 조기 개항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안전과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공기 단축은 무리라는 이유로 시공업체가 포기를 선언한 상태에서 국토부의 재입찰 공고 일정도 늦어지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을 포함하는 동남권의 경제 성장을 담보할 수 있고 나아가 지역 균형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확실한 프로젝트다. 이런 점에서 가덕도신공항의 필요성은 인천국제공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먼저 부산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디지털테크, 미래모빌리티, 반도체, 바이오 등 경박단소형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동남권 제조업 벨트의 산업전환에 필요한 생산자서비스산업 허브 역할도 가능하다. 공항이 개항하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시행돼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저렴해지면 공업 용수도 걱정없는 부산으로 관련 첨단 기업의 집적이 가능하다.
그리고 북극항로 개척과 연계된 육해공 트라이포트의 완성이다. 부산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공항이 개항하면 지정학적 이점에 더해 복합물류 인프라 측면에서도 최고의 입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미 세계 2위의 환적항인 부산으로서는 글로벌 물류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부산을 넘어 국가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300만 시대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직항 증편과 장거리 노선 운행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마이스산업의 발전도 기대된다.
그런데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된 1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입찰공고를 서두르고 향후 절차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기업의 중도 포기라는 꼼수를 막기 위한 장치 마련은 당연하다. 정치적 목적으로 입찰공고가 늦어지고 있다는 몇 몇 언론보도가 추측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