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기사에서 서울로 이주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지역이 창원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를 증명하듯 인구가 계속해 준다. 현재는 이주노동자가 아니면 특례시의 조건인 인구 100만 선을 지키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인구 감소 및 이주의 문제는 단순히 특정 원인만 가지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이 있다. 청년은 일자리 문화생활 교육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일자리 정책을 보면 창업을 권장하거나 취업 교육을 하는 등의 일차원적 접근이나 지원 위주다.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지역 문화예술 분야에서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활동해 온 경험으로 볼 때 이 분야는 이직 이탈 이주가 극심하다. 특정 양성사업으로 진입한 활동가들은 채 3년을 넘기지 못한다. 특정 장르를 졸업한 예술인도 본인 전공을 살려 활동하는 사람은 10%를 넘지 못한다. 이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지역적 환경의 한계가 뚜렷하기에 생기는 문제로 보인다.
처음 이 분야에 진입했을 때 나는 무언가를 물어보고 배울 선배가 없었다. 전공자가 아니었고 활동 경험도 없었기에 돌연변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기 어려워 다른 지역 선배를 찾아 가곤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먼 지역에 있는 선배들은 내가 고민이 있거나 방향성을 잡기 어려울 때 도움을 준다.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여러 기관과 사람들, 단체들로부터 청년의 목소리를 들려달라는 요청 받을 때가 많다. 지역 청년을 대표하거나 대변해서 이야기를 들려달라거나, 지역 문화예술인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한다. 막상 거기 가보면 필요한 이야기는 무시한 채,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게 보통이다.
자신들의 방향에 적합한 다른 지역 전문가들을 불러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진행한다. 거기까지는 괜찮으나 “우리 지역에는 청년이 없어서” “우리 지역 청년들은 아직 준비가 안돼서”라는 말을 들을 때 화가 난다. 나 또한 가봤자 시간 버리고 이용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지역 일을 웬만해선 하지 않는다. 꼭 해야 할 가치나 이유가 있어 일을 해보면 역시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나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해 도와주면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과 능력을 무시한다.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거나 전문가 말을 묵살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기본적인 준비와 예의를 갖추지 않은 채, 동네 후배 내지는 동네 젊은 청년 취급을 하는 것이다.
주변 동료들은 나에게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냐고 한다. 또한, 전문가로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우리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말이 무조건 맞다고 소리 친다. 내가 섭외해서 우리 지역 여러 선배·전문가들과 무엇이 다른가 머리를 맞대 논의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동네 어린 놈들이라 여긴다.
기관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해주고 싶은 것만 한다. 전국 단위 큰 사업을 유치하는 등 지역을 위한 일을 하려고 할 때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러면서 전혀 상관없는 일임에도 본인들이 필요할 때만 찾는다. 또 중요한 자리는 자기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앉히곤 한다. 다른 지역에 간 청년들을 다시 불러내 앉힌다. 지역을 지켜온 청년들은 외면한다. 이러다 보니 지역에 청년들은 머무를 수 없다. 남아 있는 자원들은 고인물이 되기 십상이다. 그들은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그저 상사 비위를 잘 맞추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10년 전 불모지에 가까웠던 우리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선배를 찾기 어려웠고 선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얼마 전에는 후배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법인 설립을 도왔다. 그들에게 일종의 비빌 언덕이 되어 주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이 지역을 벗어날 생각을 하고 있다. 나의 미래가 지역에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비빌 언덕을 만들어 주기 위한 마음과 벗어나려는 마음이 상충한다. 하루에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 당분간 두 가지 모두를 할 생각이다. 지역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