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회담은 87분간 진행됐다. 양국 정상은 모두발언에서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 확대 및 한미 동맹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을 허용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날 양국 경제 외교 분야 참모들이 총출동해 회담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착상태에 빠진 관세 협상과 동맹 현대화, 그리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의견 교환이 그만큼 절실한 시기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날 회담 종료 후 양국 정상이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별도 기자회견이 열리지 않았다. 회담 성과를 두고 논란의 여지를 남긴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공식 환영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한반도 피스(Peace) 메이커 역할을 하면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며 ‘페이스 메이커’론을 다시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의 현재 방위비 지출 수준은 북한의 1년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며 “그럼에도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지원이나 방위비 증액은 저희가 확실하게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관세 협상의 관건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세부 내역에서 보이는 이견을 다른 각도에서 풀어내려는 의지이자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양국 정상은 북미 정상 만남이 불발된 사실을 확인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조에 한 걸음 진전이 있었다 하겠다.

조선업은 양국 정상이 한 목소리로 협력을 외친 사례다. 이 대통령은 “대미 투자 및 구매 확대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겠다”며 “조선 협력은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을 실질화하고 심화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이) 조선업의 대가(master)가 됐다”며 “선박 건조는 필수적인 일로, 필라델피아 조선소와 다른 여러 곳에서 우리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맞장구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국 제조업 부흥 시도에 맞춰 조선업을 계기로 대미 투자와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겠다는 이 대통령 의중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는 등 최고의 예우를 하며 성의를 다했다. 이 훈장을 받은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런 최고 수준의 세심한 응대 목표는 결국 현안인 관세 협상의 원만한 타결이다. 그러나 양국 정상 합의문 발표 기자회견 불발은 앞서 열린 미국과 일본 정상회담 때 이뤄진 양국 합의문 서명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 대통령이 시간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국익을 해치는 협상에 선을 그었던 만큼 미국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