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실수요자 피해, 고위공직자의 갭투자 논란 등으로 정책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이 주간 단위 매매 동향을 작성하는 통계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부동산 통계 개편을 시사해 논란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부동산원 주간 동향 폐지를 지적하는 의원 질의에 “전체적인 흐름으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통계 문제가 가진 폐단을 줄일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답변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서 통계 탓으로 돌린다는 비난이 나온다.

당정이 부동산원의 주간 통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논란이다. 사진은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민에 빠진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원은 2013년부터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발표해왔으나,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국 주요 아파트 3만5000채를 표본으로 매주 가격을 조사한다. 표본 아파트 거래가 없으면 비슷한 주변 아파트 거래가, 호가를 활용해 조사원이 가격을 매긴다. 조사원의 주관적 판단에 통계가 좌우돼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한두 건의 고가 거래나 ‘가격 띄우기’ 거래로 주간 통계를 왜곡할 수 있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국가 공인 부동산 통계는 시장 불안감과 변동성을 키운다. 빈번하게 거래되지 않는 부동산 가격 변동을 매주 발표해 집값을 불안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 부동산원의 주간 발표를 폐지한다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수요자는 객관적인 시세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적절한 가격을 판단하기 어렵다. 민간 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과 부동산업체 통계 의존도가 커지는 것도 문제다. 민간업체들은 대출이나 매매 등 영업과 관련이 있는 시세여서 시장 변곡점에서 부동산원 통계와 차이를 보일 때가 적지 않았다. 또한 거래가 없을 경우 비슷한 아파트 거래 가격을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가 입력하는 방식이어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논란이 일자 정부가 조사는 하되 발표를 하지 않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매년 100억 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 조사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정보 독점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정책입안자의 ‘내로남불’식 부동산 투자에 국민 신뢰가 무너진 상태다. 정부가 통계 품질과 정확도를 높일 방안을 모색하는 게 우선이다. 조사 대상 지역과 표본 수를 늘리고 발표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면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두루 들어야 하겠다. 또한 집값 데이터를 수집하는 조사자와 직무 담당자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담보할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집값 통계는 국민의 알 권리이자 정부 정책 방향의 기초자료다. 통계를 없애면 시장은 소문과 추측에 의존하고 결과적으로 투기적 기대만 커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통계를 막는다고 현실을 고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대책은 통계 폐지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을 통한 시장의 신뢰 회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