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병원이란 무엇인가. 정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고객 만족’, 환자의 만족이다. 일본의 가메다 종합병원은 그 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병원이다. 이 병원은 도쿄에서 전철로 두 시간이 걸리는 치바현 가모가와시에 있다. 인구 3만6000명의 작은 도시에 자리 잡은 이 병원은, 1948년 결핵 17병상, 일반 12병상, 전염병실 6병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 3만 명의 외래 환자가 몰리고, 1000개의 병상이 항상 가득 찬다. 지방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 중심의 경영 철학으로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도약한 것이다.
가메다 병원은 철저히 환자의 입장에서 설계됐다. 병실은 21㎡ 규모로 넉넉하게 꾸며져 환자와 보호자가 편히 머물 수 있고, 병원 1층에는 잡화점과 카페가 있어 편리하다. 도심과 떨어진 위치를 고려해 신생아 병동에는 24시간 실시간 관찰 시스템을 도입, 집에서도 아기를 볼 수 있게 했다. 미용실은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어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도록 돕고, 병원 내 술집은 음주가 가능한 환자와 보호자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영안실은 스카이라운지에 마련돼, ‘천국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의 작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이처럼 가메다 병원은 단순한 ‘치료’에 머물지 않는다. 환자가 기대하는 기본 가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 가치, 그리고 예상 밖의 감동 가치를 추구한다. 병원의 모토는 ‘Always say YES’. 환자의 요구에 ‘안 된다’ 대신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를 고민하는 문화가 병원의 DNA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철학은 의사로서 깊이 공감된다. 병원은 결국 ‘사람’을 다루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거리가 멀다. 30여 년 전, 대학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응급실장을 맡고 있을 때의 일이다. 감사원이 병원 운영을 점검하러 왔다. 당시 응급실은 그야말로 ‘야전병원’이었다. 병상은 포화 상태였고, 환자들은 복도와 바닥에 누워 있었다. 감사관은 병상 가동률이 95%인데 왜 환자가 병실로 올라가지 못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의료보험 수가를 현실화 해 주십시오. 원가 이하의 수가로는 시설과 인력을 확충할 수 없습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본질은 같다. 병원은 공공의료라는 이름 아래 원가 이하의 진료비를 감내하고 있다. 의료보험 제도가 공무원과 일부 사업장을 거쳐 1989년 전 국민으로 확대되면서, 병원은 공공화의 틀 안에서 채산성 악화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필수 의료 분야는 낮은 수가, 높은 위험, 과중한 업무로 인해 의사들의 지원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의료 현장은 헌신으로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의료 수준은 세계 5위권, 암 치료 등 일부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제도가 아니라 의료진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다. 그러나 헌신에만 기대는 구조는 오래갈 수 없다. 필수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수가의 현실화가 우선돼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일수록 수가를 높게 책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고난도 의료 행위의 수가가 일반 진료보다 10배 이상 높게 책정되어 있다. 그래서 인재가 몰리고, 경쟁이 생기며, 의료의 질이 향상된다. 반면 우리나라처럼 모든 진료가 비슷한 수준으로 묶여 있으면, 의료 인력은 자연히 쉬운 분야로 쏠리고, 필수 의료는 고사하게 된다.
의사의 수를 단순히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의료는 고도의 전문직으로, 수요가 아닌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는 ‘역동적 구조’를 지닌다. 무리한 공급 확대는 비용 상승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전문가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인력의 적정 수위를 조정하고,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일본 가메다 병원의 사례는 병원이 단순히 질병을 고치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 존중의 철학’을 구현하는 곳임을 보여준다. 병원은 환자와 직원 모두가 존중받을 때 성장한다. 우리 의료제도가 그 토양을 만들어간다면, 한국에도 가메다 병원 같은 세계적인 병원들이 곳곳에 탄생할 것이다. 좋은 병원이란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철학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