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서 금 한 돈(3.75g)을 사려면 89만4000원(20일 기준)을 줘야 한다. 1년 전보다 75%나 올랐다. 국제 금값은 사상 처음 지난 17일 트로이온스(31.1g) 당 4300달러를 돌파했다. 달러 가치와 반비례하는 금의 가치는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금은 구리 다음으로 인간이 오랫동안 사용한 금속이다. 금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켰다. 마르코폴로 모험과 콜럼버스 항해도 동양의 금을 찾겠다는 꿈에서 시작됐다. 오랫동안 금은 실제 화폐로 사용됐다. 국제사회 협의로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을 통해 달러 가치를 금에 고정(1온스=35달러)하고 다른 나라 통화는 달러에 연동되는 금환본위제가 시작됐다. 1971년 미국이 달러를 금으로 교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이 체제는 붕괴됐다. 이후 금은 화폐 기능 대신 투자자산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금값은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급등한다. 국제 금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름세를 보이다 유럽 재정 위기였던 2011년 1900달러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자 금값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2013년에는 1200달러, 2015년에는 1050달러까지 밀렸다. 금도 주식처럼 가격 급등락이 심한 투자자산인 셈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국 투자자는 해외에서 싼 가격에 코인을 사서 국내에 비싸게 파는 차익거래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정부가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외 코인 시세 차이가 난다. 국내 시세가 해외와 비교해 높을 때 그 차이를 ‘김치프리미엄(Kimchi premium)’이라 부른다. 금은 세계 어디서든 가치가 통용되는 자산이다. 한국과 국제 금 현물 가격 차이(괴리율)가 높아지는 일이 드문 이유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금 가격이 국제 거래가를 15% 이상 웃도는 현상이 일어났다. 가상자산 시장에 통용되던 김치프리미엄이 금 시장으로 옮겨간 양상이다.
금값 상승에 포모(FOMO·소외감)를 느끼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묻지마 매수’를 한 결과다. 유통업체 일부가 수요 급증에 골드바 판매를 중단하며 품귀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금값 김치프리미엄이 18%를 넘어서자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지난 17일 투자주의를 경고했다. 역사적으로 자산 광풍은 꺼지기 마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