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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정치를 바꾸자, 여성정치로

윤지영 (재)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장

  • 윤지영 (재)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장
  •  |   입력 : 2025-10-19 19:00:0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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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길었던 연휴기간, 거리에서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명절 잘 보내라는 정치인들의 현수막. 지역구 국회의원부터 시·구의원, 그리고 언젠가 한 번 봤던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빨간색, 파란색을 불문하고 거리를 도배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옴을 실감케 하는 풍경이다.

내년에 실시될 지방선거에서 어떤 일꾼을 뽑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그런데 유권자의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상품을 구입할 때 소비자는 무슨 기준으로 선택하는가. 제조회사부터 디자인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결국은 우수한 제품인가가 선택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정책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선호하는 정당에 따라, 혹은 지연 학연에 따라 후보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국민, 시민의 요구를 담아내는 정책들을 얼마나 잘 만들어내고 실현할 수 있는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제9대 부산광역시의회의 지난 3년 3개월 동안 의안처리 현황을 살펴보면, 부산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의 추진 근거인 조례의 제·개정 건수가 총 1075건이었다. 47명의 시의원이 1인당 평균 22.8건을 발의한 셈이다. 그 중 7명의 여성의원들은 평균 41.2건의 조례를 제·개정했으며, 발의 건수가 가장 많은 의원 역시 여성이다. 여성의원들의 능력을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정책소비자들의 선택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의 당위성을 논할 때 ‘대표성’을 이야기한다.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일정한 비율로 대의기구에 참여해 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냄으로써 민주적 대표성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이런 당위성을 담아내지 못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의회에 진입한 여성들이 우수한 의정활동으로 결과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높은 진입장벽, 과소대표성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부산의 경우, 기초의회에서는 그나마 여성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의회는 14.9%로 전국 19.8%의 여성비율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특별·광역시 중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43.5%가 여성의원인 광주광역시의회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부산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결국 여성 공천자 수가 적기 때문이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광역의원 후보자 중 여성은 12명으로 전체 후보자의 13.3%에 불과했다. 공천 받은 후보자 수가 적으니 의회 진입한 여성의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 여성의 과소대표성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할당제의 법적 구속력이 비례대표에만 국한되고 지역구는 권고 수준이다 보니 정당에서는 굳이 지역구에 여성후보를 공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결국은 후보를 공천하는 정당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따라서 여성의 대표성 제고의 거의 유일한 제도적 수단인 여성 할당제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정책소비자들의 선택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지역구 여성후보 추천을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땐 정당보조금 감액 등 실질적인 제재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여성후보자들이 공천심사를 받을 때부터 불평등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각 정당 공천심사위원회의 여성비율 또한 대표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단일 범주를 넘어 장애 여성, 이주 여성, 청년 여성, 저소득층 여성 등 더욱 다양한 배경의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별도의 할당 또는 가점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때 더욱 촘촘하고 풍부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성평등 사회가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여성할당제에 대해 역차별이라는 인식과 함께 불공정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할당제에 대한 공감과 젠더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소통, 시민교육 등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여성정치는 여성 정치인의 대표성 확대를 넘어 젠더평등을 실현하는 정치다. 정치가 종교화되어 비판과 토론은 사라지고 특정 인물에 대한 맹목적 숭배만 남아 있는 팬덤정치, 극우·극좌로 나뉘어 반목과 대립이 일상화된 극한의 정치가 오늘날 한국정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성정치를 실현해 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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