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인력 상당수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잔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완료 6년이 지났으나 정부 승인없이 수도권에서 버티면서 이전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1차 이전 공공기관 중 수도권 잔류 공공기관 인력은 총 1974명이다. 이 가운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미승인 인원은 493명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부산)를 비롯해 근로복지공단(울산) 한국산업기술시험원(경남 진주) 등 부울경 공공기관의 미승인 잔류 인원은 총 9곳 254명에 달한다. 전체 공공기관 미승인 잔류 인원의 51.5%에 해당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있는 BIFC 건물. 국제신문DB

미승인 잔류 인원이 많은 것은 공공기관 이전 취지에 어긋난다.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옮겨 인구 분산 효과와 지역 발전을 꾀했다. 미승인 인원이 지방 본사로 이전하면 수도권 부동산 처분 및 임차료·관리비 절감이 가능한 데도 이들 기관은 현지화에 미온적이다. 부울경 공공기관이 미승인 잔류 인원을 위해 지출하는 연간 관리비는 15억8400만 원이다. 지역 사회에 활용되거나 기관 경쟁력 강화해 쓸 경비를 낭비하는 꼴이다. 해당 공공기관은 수도권 거래 기업이나 소비자가 있어 영업 차원에서 일부 인원이 남았다고 하나 위법한 행위다. 필수 인력은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사후 관리 방안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계획서를 제출해 지방시대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공기관이 의지만 있으면 수도권 잔류 인원을 줄일 수 있다. 부산 본사 예탁결제원은 2020년 미승인 잔류 인원이 103명에 달했으나 올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승인 잔류 인원을 뒀던 부산 본사 게임물관리위원회(7명) 영화진흥위원회(2명) 역시 이를 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전히 많은 공공기관이 승인 없이 서울에 잔류 인원을 두는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혁신도시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부 산하 기관인 한국도로공사조차 지방시대위원회 승인 없이 수도권 사무실을 운영해 정책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선정 당시 모호한 기준으로 상당수 자회사, 부설기관 형태 등으로 남아 있고 이를 이용해 미승인 인력을 잔류시키고 있는 만큼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시급하다.

이런 사정은 공공기관과 혁신도시의 상생효과가 낙제점 수준인 데 한몫한다. 최근 혁신도시정책연구원이 혁신도시 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상생지수 평가에서 최고 등급은 한 곳도 없었다. 전남 나주(B등급)를 제외한 부산 울산 진주 등 9곳은 D등급 이하였다. 공공기관이 어떻게든 서울에 인원을 남기려 하니 혁신도시와의 상생이 되겠는가.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코앞으로 닥친 만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선 이 같은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