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이라고 대충 보나요?”, 서울서 온 잘나가는 디자이너를 향한 지역행사 담당 공무원의 슬프고 낮은 목소리는 유독 나에게 더 잘 들렸다. 모두에게 들리도록 모든 일을 크게 말할 수 없는 것이 지방 공무원의 지위와 역할이다. 나는 종종 지역 공무원들과 함께 행사와 전시를 기획·진행하며 여러 일들을 보고 듣고 겪는다. 연례 행사일지라도 내용이 다르고 담당 공무원도 늘 바뀐다. 새로 부임하여 담당이 된 공무원과의 합은 매우 중요하다. 그가 해당 행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애정은 있는지 또한 행정 실력은 갖추었는지, 무엇보다 이 행사를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나는 공대 출신의 행정 전문 담당 공무원과 전시에 대하여, 작가와 작품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해마다 반복되는 과정이지만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는 가장 가까운 담당자로부터 시작된다고 믿으며 실무자 회의 때마다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한다.
가장 순수하고 보편적인 질문들, “그 작품은 얼마인가? 누가 살까요?”와 함께 관람객과 작품의 안전관리 계획, 홍보계획 등에 관한 전문적이고 행정적인 질문들까지 담당 공무원은 궁금한 점이 많다. 문화예술의 세계는 그들에게 생경한 새로운 영역이고 신기하고 놀라운 것이다. 눈빛이 반짝이는 신입 공무원은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다. 다른 시·도 사례를 조사하고 행정에서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과의 관계도 우호적으로 유지해야 하니 여기저기 살펴야 할 일이 많다.
더 나은 행사를 기획하면서 우리는 서울 디자이너를 초빙하기로 했다. 지역에서 행사를 진행할 때 가장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디자인이다. 서울서 모셔 온 디자이너의 제안은 훌륭했다. 지역에선 보기 드문 디자인과 제안들이었고 시각적 이미지는 매우 화려했다. 모두가 기대에 부풀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아주 멋진 전시장이 완성되고 지역으로 넓게 확대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속가능성과 지역확산을 담보하는 지역 고유의 콘텐츠 강화’, 이상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현장과 현실에 있다. 항상 그렇듯이 지자체의 문화예술 예산은 부족하고 준비 시간은 매우 짧다. 게다가 지역성이 강하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기획하며 참여하는 모두가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문화예술에 있어서 이상과 현실은 매우 괴리되어 있다. 특히 지역에선 더욱.
그래서, 시스템과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서울 활동가의 시선과 눈높이로 지역을 보면 매우 위험하다. 지역엔 없는 것이 많다. 전시 행사와 같은 전문 분야에 반드시 필요한 작품설치 테크니션, 기술 스태프, 전시 조명기사, 홍보 전문가, 총괄 디자이너, 사진·영상 촬영가 등 전문 인력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런 전문 인력은 모두 외지에서 섭외해야 하고 간혹 특수한 재료나 전시공사 자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지역은 서울처럼 다양하고 풍부한 전문가를 검토한 후 전문 인력을 고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문가에게 적은 예산으로 부탁 또는 애원하고 “다음에 더 잘해 줄게”라며 공수표도 날리면서 섭외하는 것이 다반사다.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늘 아쉽다. 시간과 예산은 언제나 부족하지만 지자체의 재정 상황도 풍족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문화예술 예산이 항상 후순위로 밀리는 것도 현실이다. 고령화, 문화 불균형, 지역 소멸과 수도권 집중 등은 늘 듣고 체감하지만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기획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한결같이 “사람이 없어요”라는 답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사람 없는 이 지역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아직 보이지 못한 것, 말하지 못한 것, 창조적인 어떤 가치들을 드러내 연결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서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도록 조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정책과 제도,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이어가는 오늘이다. 촌이라고 대충 보지 마라, 여기에만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 다음 이야기는 새로운 기획으로 준비한다. 내일을 위해.
김미희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