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산망의 심장부라 불리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화재가 발생, 공공과 민간의 온라인 연계 업무가 전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금요일인 26일 밤 8시 15분께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배터리를 분리해 지하로 옮기던 중 배터리 폭발로 불이 나 약 22시간 만인 다음날 오후 6시께 진화됐다. 정부 전산 시스템 647개(대국민 서비스 437개, 행정 내부망 211개) 중 96개는 불에 탔고, 551개는 선제 조치에 의해 작동을 멈췄다. 26일 밤부터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주민등록증, 119 문자 신고, 우체국 금융, 병원 신분확인 업무 등이 올스톱됐다. 행정안전부는 주말 동안 긴급 복구를 벌였으나 월요일부터 정상을 되찾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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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지난 26일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정자원에서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됐다. 연합뉴스 |
이번 화재는 주요 국가시설에서 벌어졌다고 하기에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 2022년 경기도 성남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서버와 배터리를 한 공간에 두는 게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분리 작업을 하던 중 터진 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행안부 공식 입장은 “배터리 교체를 위해 전원을 차단하다 불꽃이 튀었다”는 것이지만, 배터리에서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전선을 분리하는 바람에 불이 났다는 증언이 나왔다. 인재일 수 있다는 말이다. 배터리 노후화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무엇이 원인이든 국가 전산망 마비가 사소한 실수 혹은 판단 미스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은 화재 이후 상황이다. 국정자원에서는 불과 2년 전에도 전산 마비 사고가 있었다.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다 서버가 다운되는 바람에 며칠동안 정부와 지자체의 온·오프라인 민원 서비스가 중단됐다. 전산장비는 만약을 대비해 백업 또는 이중화 시스템을 갖추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당시에도 대체 서버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광주와 대구에 분원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작이 다를 뿐 똑같은 패턴 반복은 납득할 수 없다. “이제부턴 3시간 안에 복구하겠다”던 정부 담당자의 2년 전 장담은 “이번 장애는 원인이 다르다”는 변명으로 바뀌었다. 강력한 정보기술(IT) 인프라에 바탕한 ‘디지털 정부’를 3대 핵심 분야 중 하나로 내세웠던 행안부는 무색해졌다.
우선은 한시라도 빨리 시스템을 복구해 국민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정부 전산망 다운 때문에 마감 기한을 넘기는 등 2차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안내와 배려가 필수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하는 사안이 리튬배터리 위험성이다. 지난해엔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에서 불이 났고,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이나 에어부산 화재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비슷한 유형의 화재가 올 상반기에만 300건 가깝다. 리튬배터리 화재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대로는 불안해서 못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