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랑 산행을 하다보면 자주 듣는 말이 “아니 이게 산행이요? 노동(그들의 직설적인 표현으로는 노가다)이요?” 하는 말이다. 아마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산행시간도 길고, 길도 험하다보니 즐거워야할 산행이 즐거운 게 아니라 고통스러웠는지 불평 아닌 불평을 늘여 놓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 불평을 들을 때면, 나 또한 가끔은 이게 산행인지 고행인지 고민하다가 운동과 노동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물론 산행이 일반적인 운동이 아니라는 게 나의 생각이지만. 일반적으로 운동을 하면 엔토르핀,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안정시킨다고 한다. 심지어 우울증 치료 가이드 라인에서도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치료방법으로 권장할 정도이다.
반면 노동은 강제적인 일이며 시간 압박이 따르니 노동은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켜 면역력 저하, 피로감, 수면장애등을 유발한다. 운동은 일정 시간 활동 후 충분한 회복이 이루어져야 효과가 나타나며 이 과장을 통해 몸은 점점 튼튼해진다. 이를 초과회복(supercompensation)이라 부르며 체력 향상의 핵심이다. 노동은 충분한 휴식 없이 장시간 계속될 때, 근육과 관절이 회복할 시간을 주지 못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운동과 노동은 모두 에너지를 쓰는 활동이지만,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르다.
운동은 건강을 쌓는 활동이고 노동은 잘못하면 건강을 소모하는 활동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노동을 하더라도 중간 중간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유산소 운동,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노동은 동작이 불규칙적으로 장시간 반복진행되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진다. 그리고 잘못된 자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증이 발생되며 근격골계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노동은 몸의 피로나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고 꼭해야만 하는 것이라 휴식을 원해도 휴식을 취할 수 없다. 노동을 하면서 기분 좋은 생각과 마음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쉽지는 않다.
둘의 차이점은 적절하게 쉬어주느냐 여부이다. 운동할 때는 힘들면 쉴 수 있지만 노동할 때는 제대로 쉬지 못해 병에 걸릴 수 있고 운동도 제대로 쉬지 않으면 노동이 될 수 있다. 이즈음에서 야류(野遊)를 생각해본다. 들판에서 논일 밭일을 하다 새참을 먹고 쉴 때 우리 선조들은 그 일하는 들판에서 바로 놀판(놀이판)을 만들었다. 놀이의 방법도 다양하게 변형돼 탈을 쓰고 놀기도 하였는데 그것을 영남지방에서는 들놀음(야류) 또는 오광대라 불렀다. 낙동강을 가운데 두고 동쪽인 부산 일대(수영, 동래)에서는 들놀음이라 부르고, 서쪽인 경남 일원(가산, 고성, 통영)에서는 오광대라 했다. 주로 정월 대보름의 연중행사로 정초 각 지역의 지신밟기, 동제(마을 제사) 등과 함께 하였다.
이런 놀이 중에는 특히 농사에 관계되는 것이 많은데 밀양 백중놀이는 모심기와 논매기 소리를 부르며 모내기와 논을 매는 동작을 흉내 내는 모정자놀이와 풍물 길놀이를 시작으로 집귀막이굿, 씨름, 양반춤, 병신춤등 다채로운 놀이를 한다. 해마다 5~6월이 되면 전국의 들판에는 벼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모심기가 진행된다. 특히 경남지역은 낙동강 유역과 남해안 일대 평야에서 벼농사를 해 왔다. 뜨거운 햇볕 아래 소매와 바지를 걷어붙이고 물을 댄 논에 맨발로 들어가 허리를 굽혀 모심기하는 농부들의 몸은 아주 고되다 그럼에도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고된 노동 속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바로 모심기소리이다. 모심기소리는 혼자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불렀다. 이는 일을 보다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노래를 부름으로써 노동의 힘듦을 잊게하고 일하는 이들 간에 일체감을 만들어 주었다.
부산지방의 수영야류 동해야류가 지금은 농사를 짓는 일이 없어 일과 동떨어진 무대공연처럼 연행되고 있지만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풍류는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이렇게 풍류를 즐겨 일의 효율도 높이고 건강도 지켰던 것이다. 운동도 즐겁게 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노동이 될 수 있고 노동도 간간히 쉴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다면 운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들놀음을 보면서 지혜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