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약 6년 만에 장외투쟁에 나섰다. 지난 21일 대구에서 7만 명이 참가한 ‘야당탄압·독재정치 규탄대회’를 열었다.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이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여당 대표는 굶주린 하이에나 같은 특검 뒤에 숨어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24일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오는 28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여야 대표가 대통령과 함께 오찬을 같이 하며 손을 잡은 지 2주가 되지 않았다. 여야가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이 합의한 민생협의체는 아직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미국의 관세 압력 등으로 초당적 협력이 절실한 데도 여야의 과도한 정쟁에 민생은 길을 잃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외투쟁은 민중기특별검사팀의 당원 명부 압수수색과 여당의 사법부 압박 등에 기인한다. 특검 수사가 과도하다고 본 것이다. 이대로 있다간 당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민주당의 사법부 때리기에 부정적 여론이 높다고 본 면도 있다. 그럼에도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를 앞둔 정기국회 기간에 거리로 나간 것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정기국회는 야당 존재감을 높이는 자리다. 행정부 견제를 위한 활동 준비에 당력을 쏟아부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공당이라면 통일교와의 유착 의혹을 적극적으로 규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실이라면 연간 수백억 원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이 할 일은 아니다. 정교 분리는 헌법에도 나와 있다.

야당을 대화장으로 이끌어야 할 여당은 공세를 더 강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 ‘위헌 정당 해산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21일 취임 100일 회견에서 “야당과 민생 논의는 함께하되 내란 세력에게 관용은 없다”며 “장외투장과 대통령 탄핵 운운은 대선 불복”이라고 강조했다. 내란과 민생을 분리하겠다고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사법부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내란 종식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 시스템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정청래 대표는 “똘마니 눈에는 똘마니만 보이나. 윤석열 내란수괴 똘마니 주제에 어따 대고 입으로 오물 배설인가”라고 직격했다. 대화를 하려면 상호 존중이 선행돼야 한다. 여야 모두 품격은 없고 조롱만 보인다.

대한민국 정치권에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지 오래다. 당내 강성 지지층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 복원과 민생 회복이다. 여야가 서로를 향한 적대감을 내려놓고 협치의 길로 나아갈 때 민생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정치권은 장외투쟁과 내부 결속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과의 약속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길 잃은 민생을 구할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협치를 통한 실천적 변화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