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구금시설에 갇혀있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전세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다. 미국 이민당국이 지난 4일 취업비자가 아닌 방문비자 등으로 일하는 한국 공장 근로자들을 상대로 기습 단속을 벌여 수갑과 쇠사슬까지 채워 가둔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1일 백악관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20여분간 교섭을 벌인 후 “미국 재방문에 불이익이 없다는 확약을 받았고 새 비자 형태를 만들기 위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브리핑했다. 귀국 인원은 외국인 14명을 포함해 330명이다. 이들은 애초 11일 귀국 예정이었으나 석방 직전 갑작스런 미국 사정을 이유로 하루 연기됐다.

미국 조지아주 구금시설에 갇혀있는 한국 공장 근로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대한항공 전세기가 10일(현지시간) 미국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애틀란타 AP연합

이번 조지아주 한국 근로자 구금 사태는 발생부터 수습까지 충격 당혹 실망감의 연속이다. 비록 한국인 직원의 미국 체류 지위가 편법이었다 하더라도 이들은 미국에 거액을 투자해 공장을 짓는 한국 기업 소속이다. 합법 비자를 받으려 해도 비자를 내주지 않고 시간을 끈 건 오히려 미국이다. 제조업이 무너진 미국에서 현지인 고용은 더 어렵다. 석방 지연 역시 미국 이민당국이 수갑을 채운 채 비행기에 태우려고 한국측 협상단과 옥신각신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천문학적 투자를 결행한 외국 기업을 헬기까지 동원해 단속한 것도 모자라, 끝까지 동맹국 국민을 배려 않는 미국의 경직성이 아연실색케 한다.

근로자들의 안전 귀국에도 불구하고 조지아 사태를 낳은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국무부가 이번에 출국한 근로자의 재방미 허용을 약속했지만 믿어도 될 지 난감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단속 직후엔 “할 일을 했다”더니, 나중에는 “숙련된 한국 기술자들이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며 말을 바꿨다. 국토안보부는 불법 이민과 체류에 전쟁을 선포하고, 상무부는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관세를 때리겠다고 난리다. 어느 게 미국의 진심이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의 엇갈린 메시지, 미국 행정당국간 엇박자에 죽어나는 건 외국 기업이다.

정부는 지난 7월 한미 관세협상에서 상호관세 15%, 자동차관세 15%를 받아내는 대신 3500억 달러(약 480조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는 이견이 있어 자동차관세 25%가 아직 유지되는 상태다. 투자를 원한다면 투자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상식이다. 인도 싱가포르 일본 등은 대규모 비자 쿼터를 할당받아 기술자들이 미국을 오가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들 못지 않은 투자를 이행하고 약속한 한국이 미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에 비자 문제 해결 없이는 투자도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미국의 정책 난조에 끌려 다닐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