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지난 7일 고위 협의회를 열고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예산 기능은 기획재정부에서 분리해 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넘어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했던 에너지 정책은 환경부로 옮겨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한다. 금융위원회는 정책 기능을 신설되는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 감독만 하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한다. 산하에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게 된다. 검찰청은 폐지한 후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한다. 민주당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및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 조직개편은 정권 교체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필수적 조치다. 다만 부산으로 이전해 국정과제를 수행할 해양수산부 위상 강화가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해수부는 해양수산업 지원, 북극항로 대비, 탄소중립 친환경 항만 개발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주도할 부처다. 그동안 수산 분야 전문성과 위상 강화를 위해 ‘수산담당 차관’ 신설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이번에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기후 변화로 매년 양식장 어류가 떼죽음을 당하고, 해조류에도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등 수산업은 위기를 겪고 있다. 어업 총생산량은 2021년 382만ｔ에서 2023년 367만8000ｔ으로 줄었다. 수산물 무역수지 역시 악화했다. 수산물 품종 전환과 수산물 유통·가공 선진화 등 수산 정책을 전두지휘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수산업계 목소리를 외면한 셈이다.

대선 기간부터 이재명 대통령은 해수부 부산 이전을 통해 균형발전과 해양강국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단순히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처로 흩어진 해수부 관련 업무를 이관해야 가능하다. 특히 조선업과 해운업 간 정책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면 산업부가 맡고 있는 조선·해양플랜트 업무를 해수부가 담당해야 마땅하다. 해양 전문 부처에서 조선·해양플랜트 산업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진행해야 효율적이다.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해수부 기능 강화가 개편 논의에서 빠지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조직은 국가의 비전과 우선순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21개 부산시민단체로 구성된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가 8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해수부 기능 강화와 조직 확대 방안을 촉구한 배경에는 이런 위기감이 반영됐다.

산업부 에너지 정책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된 점도 논란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 기능을 온실가스 감축, 석탄 화력 폐지 등 규제 부처에 맡긴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자칫 기업규제 강화와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이원화하면서 금융 규제 기관이 늘어났다는 문제도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번 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전에 전문가와 각계 의견을 수렴해 해수부 위상 강화를 비롯한 보완 대책을 수립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