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라는 국명은 ‘North(북쪽)’와 ‘Way(길)’가 합쳐져 ‘북극으로 가는 길’을 의미한다. 노르웨이는 지리·역사적으로 북극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극지 연구에서도 10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한다. 그 중심엔 ‘북극의 관문’이라 불리는 도시, 트롬쇠가 있다. 트롬쇠는 북위 69도에 위치한다. 남극 대한민국 세종기지(남위 62도)와 비교하면 극지에 얼마나 가까운지 짐작하게 된다. 이곳은 백야(5~7월)와 극야(11~1월)를 약 두 달씩 경험할 수 있다. 독특한 자연현상과 더불어 겨울철 오로라 관측지로 유명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1928년 트롬쇠에 노르웨이 대표 극지연구기관인 극지연구소(NPI)가 들어섰다. 이후 트롬쇠는 노르웨이 북극과학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위도가 높은 종합대학인 트롬쇠대학교가 자리잡았다. 이 대학은 북극 과학·자원·에너지·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한다. 특히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유학생이 몰려드는 글로벌 연구 허브로 유명하다.

트롬쇠에는 프람센터(Fram Centre)라는 공동 연구 단지가 있어, NPI를 비롯해 북극권 기후·환경을 연구하는 20여 개 기관이 활동 중이다. 한국 역시 트롬쇠를 거점으로 북극 연구를 확대해 왔다. 2014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KOPRI)는 NPI와 협력해 프람센터 내에 극지연구 협력센터를 열었다. 이는 북극이사회에 옵서버로 참여한 아시아 국가 가운데 북극이사회 회원국인 노르웨이에 협력연구센터를 설치한 첫 사례로 의미가 깊다.

한국의 북극 연구는 2002년 스발바르 제도 니알슨에 북극 다산과학기지를 개소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북극 항해, 북극이사회 옵서버 활동, 그리고 노르웨이와 다양한 공동연구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북극 과학 연구의 중요한 일원으로 성장했다. 최근 트롬쇠에서 부산 청소년 극지탐험대와 만난 강성호 극지연구 협력센터장은 “북극은 더 이상 먼 극지가 아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이자 지구적 전환의 문턱에 있다. 대한민국은 이 새로운 문을 열기 위한 열쇠를 과학과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 극지탐험대원은 “극지이사회 관계자와 직접 대화하면서 북극을 바라보는 새로운 가치관이 생겼다”며 소감을 전했다.

부산도 전 지구적 기후 문제와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과학 외교의 전초기지로 중요성이 커지는 트롬쇠를 주목해야 한다.

장호정 해양수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