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까지 매년 7% 이상 고속성장하던 한국 경제는 2011년 변곡점을 맞았다. 1990년 10%→2000년 9.2%→2010년 7.0%이던 경제성장률이 2011년 3.7%로 반토막 난 것이다. 한국과 세계 평균 성장률(4.2%)이 역전된 시점도 그 해다. 15년이 지난 올해 한국 경제는 0~1%대 저성장 늪에 갇혔다.
성장률은 왜 하필 2011년 추락했나. 국책연구기관의 공통된 진단은 ‘구조적 전환’으로 요약된다. 주력산업의 수출·부가가치 증가율이 2011년을 분기점으로 가파르게 꺾였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00년대 연평균 8.1%에서 2011~2014년 0.8%로 둔화했다. 세계소득이 1% 증가할 때 수입수요가 얼마나 늘지 보여주는 탄력성은 2001~2008년 2.35에서 2010~2016년 1.05로 급락했다. ‘수출 의존형’ 한국 경제에는 초대형 악재였다.
우리가 장기불황에 빠진 사이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은 2%대 잠재성장률을 지키고 있다. 그 핵심 비결은 인공지능·우주·로봇 같은 신산업 개척이다. 또 하나는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이다. 애플은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잡스의 후계자 팀 쿡 CEO는 서비스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서비스란 앱스토어 애플뮤직 애플TV 같은 ‘아이폰 생태계’를 말한다. 쿡의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올해 애플 매출의 25%인 1000억 달러가 ‘서비스’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첨단 제조업의 상징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진과 고관세 영향으로 고전 중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1배 이상 벌어졌다. 세계적 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가 “제조업 중심에 갇혀 20년 동안 새 성장모델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상호관세 15%에 이어 반도체에 100% 품목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경제 체력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정부 역시 고민이 깊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대에서 1%대로 올리려다 ‘원점 재검토’로 선회했다. 관세뿐만 아니라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탓이다. 그렇다고 애플을 따라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인내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제조업 의존도를 낮추는 건 자해 행위에 가깝다. 지금은 오히려 차분하게 산업생태계 전환에 필요한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다. 이재명 정부 5년을 설계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맨 앞에 서야 한다. 성장률 변곡점을 만들어낼 해법만 내놔도 국정의 첫 단추는 잘 꿴 셈이다.
이노성 미래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