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땅꺼짐)과 누수 사고가 잇따랐던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준공이 또 1년 미뤄졌다. 부산교통공사는 총사업비 조정 등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반영해 완공 목표를 2026년 12월에서 2027년 12월로 변경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 구간의 공사 지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초 계획은 ‘2013년 착공, 2016년 완공’이었다. 그러나 착공 자체가 2016년에야 이뤄진데다 준공 목표연도는 2021년에서 2023년으로, 다시 2026년으로 미뤄졌고 또 이렇게 연기됐다. 최초 계획과 비교하면 사상~하단선 준공은 2016년에서 2027년으로 11년이나 늦어지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으로선 2027년 완공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지난 21일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인 부산 사상구 새벽시장 앞 동서고가로 아래 도로에서 상수도관 파열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누수가 발생해 관계기관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교통공사는 “사업 기간 연장은 싱크홀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를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3년 새 이 일대에서는 14번이나 크고 작은 싱크홀이 생겨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공사를 하다 보면 땅 속에서 예상치 못한 구조물을 만나거나 사고가 일어나 일정 부분 공기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다반사다. 그러나 사상~하단선 공사현장에선 이런 일이 너무 잦을 뿐더러 부산시 감사 등에서는 시공과 감독의 총체적 부실마저 드러났다. 공정률 73%에서 싱크홀 때문에 공사가 늦어져도 문제고, 만약 그게 아니라면 더 심각한 사안이 있다는 고백 밖에 안 된다.

부산에서는 공사를 일단 시작하면 정해진 기간 안에 과업이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구축 사업은 현재 98% 공정에서 중단된 채 5년째 표류 중이다. 이 사업은 원래 2020년 6월이 준공 목표였으나 낙동강~사상역 구간에서 발생한 터널 붕괴사고를 수습하느라 진척이 없다. 이 사업도 2014년 첫 삽을 뜬 지 올해로 12년째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수도권 교통 확충 사업의 진척 속도와 비교하면 느려도 너무 느리다. 이러니 부산시가 BuTX 부산항선 송도선 오시리아선 등 신규 도시철도 구축계획을 야심차게 내놓아도 시민의 마음에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고작 7㎞도 안 되는 도시철도 공사에 10년 이상 걸리는데 저런 계획이 현실화하려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냉소가 앞서기 때문이다.

도시철도 사상~하단선이 지나가는 사상구와 사하구 일대는 10년째 공사판이다. 소음 먼지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교통 혼잡과 위험을 이토록 오랫동안 겪는 주민들의 불편을 행정당국은 생각해 본 적 있나. 도시의 기능은 교통이 생명이다. 오늘날 수도권이 저렇게 비대해진 건 늘어나는 인구에 맞게 도로와 철로를 제때 확충하고 그 편의성으로 인해 사람이 더 모이는 선순환이 일어난 결과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민원이나 사고 등을 이유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선 안 된다. 이제라도 방해 요소를 완벽히 제어해 정해진 목표시점에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