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폭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남소방본부는 21일 현재 산청 인명피해는 사망 10명, 실종 4명이라고 집계했다. 소방당국과 산청군이 사흘째 실종자 수색·복구 작업을 하고 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공동체의 힘으로 피해를 신속히 복구하고 이재민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주민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명피해와 함께 농경지 침수와 도로 유실 등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도로파손 등 공공시설 73건, 건물파손 등 사유시설 27건, 농작물 침수 320㏊ 등 약 552억 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침수 우려와 산사태 위험 등으로 1402가구 1817명이 대피해 이중 360가구 517명은 여전히 대피소에서 지낸다. 38개 마을 1344가구는 단전 상태다. 산사태와 하천 급류로 전봇대가 쓸려나가거나 넘어져 전기가 끊어졌다. 폭우가 내린 후 닥친 폭염에 몸을 씻을 물과 화장실 변기 내릴 물이 없어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휴대전화 충전도 힘들고 식사 준비도 어렵다. 마을 곳곳이 토사로 가득하고, 논밭은 물론 축사가 진흙탕으로 변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다.

이번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으나 산청은 지난 3월 산불로 인한 상처가 낫기도 전에 다시 수해를 입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곳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을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집중호우 피해지역의 특별재난구역 선포 추진을 지시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세금 감면, 건강보험료 납부 유예 조치 등을 받을 수 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한시가 급하다. 예상치 못한 재난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재기에 나서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정부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히 응급 복구에 나서야 하겠다. 여야 의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수해지역을 방문해 복구를 돕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소비쿠폰 지원금을 이재민 돕기에 기부할 예정이다. 민간 차원의 복구 활동과 지원도 필요하다. 서울시의회가 복구를 돕기 위해 24일 경남도의회에 2000만 원의 성금을 전달한다. BNK금융그룹은 경남·울산 이재민 돕기 성금 3억 원을 기탁하고 금융서비스를 지원한다. 이재민이 서둘러 일상에 복귀하도록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 힘이 절실하다.

산청군은 각 지역 피해를 소상히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복구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교통망 복구를 서둘러 피해지역 접근성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다. 산사태 지역에 응급조치를 취하고 수해지역에 뒤따르는 수인성 전염병을 막을 대책도 철저히 세워야 마땅하다. 깊은 시름에 잠긴 수재민의 심리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와 경남도는 피해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복구와 지원에 빈틈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