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여름철을 맞아 싱크홀(지반침하)과 풍수해 대책을 25일 내놓았다. 부산시는 우선 싱크홀 관리지역을 부산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우선등급 지반탐사 구간을 139㎞에서 368㎞로 늘리고, 구·군이 선정한 고위험 구간(6개구 27곳)을 비롯해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북항 지하차도 등 주요 공사장을 점검한다. 이를 위해 레이더 투사로 지하공간을 검사하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차량을 확충한다. 다음달부터 시 주도로 구·군이 참여하는 도로지반침하 전담팀을 운영하고, 8월엔 부산시에 도로안전과를 신설해 지하 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태풍이나 장마 피해를 막기 위해 재해우려지역을 사전 발굴해 관리하는 대책도 병행한다.

지난 4월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1공구 공사 현장의 동서고가도로 교각 아래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자,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들이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국제신문 DB

최근 문제가 된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구간 새벽로 일대는 2년 사이 대형 싱크홀이 20번 가까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적지 않은 재산 손실과 함께 이 일대 주민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겼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사고가 날 때마다 현장점검을 벌이고 안전대책을 수립했지만 비슷한 사고가 계속 이어져 행정당국에 대한 신뢰에 상당히 금이 간 상태다. 이번에도 결과적으로는 여름 장마철에 이미 접어든 이후에야 관리·점검·장비확충 계획을 발표하는 모양새가 됐다.

부산에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4일 새벽 시간당 61.2㎜의 비가 내려 1904년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6월 시간당 강수량으로는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록적인 폭우는 더 이상 예외적이거나 특수한 상황에 국한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지면 필연적으로 인명이나 재산 피해로 이어진다. 지하공간에 물이 차는 침수 위험은 물론이고, 지반이 물러져 산사태가 나거나 땅이 꺼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부산에는 그동안 지하차도 침수나 하천 범람으로 시민이 목숨을 잃는 일이 적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전국 시·도별 통계를 보면 싱크홀도 전체 867건 중에서 경기(173건)와 광주(108건) 다음으로 부산(89건)이 많다. 잦은 기상이변 때문인지 도시 기반시설 자체의 문제인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토교통부가 전국의 지하안전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엔 부산에서 그동안 싱크홀이 어디서 발생했으며 원인이 무엇인지 종합정보가 담겨있다. 부산시가 GPR로 조사한 자체 구축 데이터도 곧 추가 탑재된다고 한다. 사후약방문보다 예방이 우선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사고를 막으려면 문제를 직시하는 게 출발점이다. 재해 위험지에 대한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한 이유다. 한발짝씩 늦은 대응이 유감스럽긴 하지만, 부산시가 관리지역을 확대하고 전담팀을 꾸리기로 한 이상 이제라도 시민이 실감할 수 있도록 대책의 실효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조심과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