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부산북부지청은 지난 18일 근로자 110명의 임금과 퇴직금 약 9억1000만 원을 체불하고 대지급금까지 부정수급한 장례용품 등 제조업체 사업주를 근로기준법, 임금채권보장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구속된 사업주는 지난해 12월 사업을 중단하면서 법적 대응이 어려운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8개월분의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했고, 근로자 23명에 대해 임금 체불이 없음에도 체불한 것처럼 허위로 대지급금을 신청하게 해, 이를 지급받은 근로자들로부터 대다수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무려 6000여만 원을 부정하게 편취했다.
지난 4월에는 경남 고성지역 소재 선박임가공업체 사업주가 근로자 130명의 임금과 퇴직금 12억 원을 체불해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된 사업주는 원청으로부터 받은 기성금을 모친과 지인에게 송금하고 딸의 아파트 구입, 대출금 상환, 고급 외제차 할부금 상환 등에 사용하면서도 정작 근로자들의 임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일부 사업주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임금을 체불할 수도 있다, 벌금만 조금 내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안일한 인식은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임금체불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전국의 임금체불액은 2조 원 규모로 전년도 같은 시기에 비해 14.6% 증가했고, 임금체불 피해자도 약 28만 명에 이르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이다. 부울경 지역의 임금체불액은 3000억 원 규모로 전년에 비해 13.7% 증가했고, 피해 근로자는 4만2000명에 이른다.
업종별 체불현황을 보면 제조업 1171억 원, 건설업 624억 원,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276억 원 순이며, 특히 건설업은 직전년도 대비 133억 원(27%)이 증가해 체불액 상승을 견인했다. 작년 시공능력평가순위 부산 7위 신태양건설이 기업회생을 신청한데 이어, 금년 2월 반얀트리리조트 공사현장 화재로 인해 시공능력평가순위 부산 8위 삼정기업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올해 건설업 업황도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그동안 부산고용노동청은 임금체불을 근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체불임금 미청산 사업주를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한 비율이 작년 45%로 전국 최고 수준이고, 악덕 사업주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 아래 지난 한해 구속영장 3건, 체포영장 66건을 집행했다. 또한 일시적 경영난으로 체불청산이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에는 신속히 대지급금과 체불융자지원금을 지급받도록 지원했다. 이로써 작년에 발생한 체불금품의 74%에 이르는 2263억 원을 해결했다.
임금체불은 일반적인 채무불이행과는 다르다. 임금채권은 근로자와 그 부양가족의 생존과 직결되는 재산권이자 생존권이다. 나아가 임금체불은 근로자가 제공한 노동의 가치를 부정하는 인격권의 침해이기도 하다. 상습 체불 사업주 제재를 강화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오는 10월 23일부터 시행된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 대한 제재, 상습적인 체불로 손해를 입은 근로자의 강화된 권리 등이 반영된다.
최근 관세전쟁, 건설업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임금체불 감소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임금체불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절실히 노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