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 주가가 지난 5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14.26% 하락한 284.70 달러(38만7619원)로 장을 마쳤다. 다음 날 주가는 소폭 상승했으나 주주들은 노심초사다.

테슬라 주가 폭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갈등이 격화한 때문이다. 한때 ‘브로맨스(남성 간 진한 우정과 연대)’를 자랑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파국을 맞았다는 평가다. 머스크는 원래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였다. 민주당의 전기차 확대 정책 수혜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사업에 차질이 생기자 불만을 품고 공화당으로 돌아섰다. 지난 대선 기간 규제를 싫어하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임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동맹은 머스크가 자신의 사업에 불리한 관세 정책을 반대하면서 금이 갔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중국과의 가상전쟁 극비 자료를 보여주지 않았다. 머스크가 중국과 사업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정부효율부 수장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나 머스크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재정적자 확대를 우려하며 자신의 감세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 된 머스크는 실시간으로 자기 소유 X(옛 트위터)에 “나 없었더라면 대선에 졌을 것이다. 배은망덕하다”고 썼다. 이에 응수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테슬라와 맺은 정부 계약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트럼프 탄핵’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는 미쳤다”고 비난했고 머스크는 “엡스타인 명단에 트럼프가 포함됐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옥살이하던 중 사망한 금융계 거물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한 SNS 글을 삭제했다. 소유 기업인 스페이스X가 참여 중인 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의 관계 회복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들의 결별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다. 미국 정계와 전 세계 경제에 파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어느 선에서 봉합될지 알 수 없다. 사태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