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새로 출범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부산 민심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부산 공약 중 일부가 직전 윤석열 정부와 부산시가 추진했던 사안과 결이 비슷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어서다. 동남투자은행 설립, HMM 물류기업 이전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정부와 부산시는 KDB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입법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전 정부나 현 정부 모두 부산을 서울과 수도권에 대항하는 거점도시로 성장시켜 국토균형발전을 이루자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과 전략은 큰 차이가 난다.

대통령 선거 이틀 전인 지난 1일 이재명(왼쪽에서 다섯번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을 찾아 부산역 광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동남투자은행 설립은 이 대통령이 선거 막바지에 부산을 다시 찾아 깜짝 발표한 공약이다. 초기 자본을 3조 원 정도 조성해 해양·물류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HMM 이전도 북극항로 거점화, 해양수산부 이전, 해사법원 설립 등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물류기업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정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기업명까지 언급한 건 부산 유세 현장에서다. 동남투자은행이나 HMM이 싫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는 누가 봐도 산은 부산 이전 대안으로 내놓은 차선책이다. 부산 여론이 이들 공약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시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그동안 산은 부산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이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 작업은 80% 이상 실무작업이 끝난 상태다. 결정적인 걸림돌은 관련법 개정에 협조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이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도 마찬가지다. 부산을 규제와 조세 자유지대로 만들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기본 취지는 동남투자은행 설립이나 HMM 이전과 다르지 않다. 임기 내 공공기관 2차 이전까지 약속한 이 대통령이 산은 이전만은 안 된다고 하니 부산 시민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국토균형발전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담론이다. 이 대통령도 이번 대선전에서 ‘5극 3특’ 행정체제 개편, 국가자치분권회의 신설, 지방재정 확충, 광역교통망 확대 등을 약속했다. 부지 조성공사 시공사 선정 차질로 속도가 안 나는 가덕도신공항도 적기 개항을 다짐했다. 이 모두가 단순히 구두선이 아닌 긴급 실행을 요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균형발전에 진짜 의지가 있다면 이미 2~3년간 행정작업을 하고 지역 여론까지 수렴한 사안에 우선 관심을 갖는 게 순서다.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지시를 지방이 따르는 건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아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하루라도 빨리 새 대통령을 만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글로벌허브도시 부산과 해양수도 부산 전략의 접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