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한 유명 가수가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다가 주차된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로 우리 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가수는 사고를 수습하지 않은 채 그대로 달아났다. 게다가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까지 사서 마셨다. 이른바 ‘술 타기 수법’이다. 이렇게 되면 경찰이 체포하더라도 사고 당시의 알코올 수치가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게다가 사고 이후에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기 힘들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629만7919대로 집계됐다. 전국의 인구(5121만7221명)를 기준으로 하면 1.9명 당 자동차 1대를 갖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가 없이는 생활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교통사고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술을 마셨거나 약물을 흡입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음주·약물 측정을 고의로 방해하려 술 타기 수법을 일삼은 일은 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근데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행위를 단죄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이러다 보니 법체계가 너무 허술해 위법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정부는 이 같은 여론을 수렴, 술 타기 수법을 뿌리 뽑고자 처벌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6월 4일부터는 음주 사고를 낸 뒤 일부러 술을 더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하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2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약물을 흡입한 채 차를 몰았는지를 경찰이 확인하고자 할 때 운전자가 이를 거부하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아울러 처벌 수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했다. 만약 상습범으로 판단될 때는 가중 처벌을 한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5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2025년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에 담겼다.

국민은 모두 정부의 이번 조치에 환영의 뜻을 나타낸다. 그만큼 술 타기 수법의 폐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명 가수의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음주·약물 운전자 사이에서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공감대까지 형성된 것에 분노하기도 했다. 건전한 일반인의 상식에 어긋나는 파렴치한 행위에는 당연히 강력하고 엄중한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 경종을 울려 유사 사례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