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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야구와 바다의 만남

임경수 ㈔기업과 공동체 이사장·경영학박사

  • 임경수 ㈔기업과 공동체 이사장·경영학박사
  •  |   입력 : 2025-05-07 19:22:5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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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대한민국 야구 역사의 중심이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부터 롯데자이언츠는 부산시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단숨에 전국 최고 인기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뜨거운 응원 문화, 연속 매진 신화를 써 내려간 구덕야구장 사직야구장은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부산시민의 상징이 되었다. 롯데자이언츠는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1984년, 1992년) 이후 오랜 부진을 겪고 있지만, 지금도 팬들은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다.

부산 야구의 뿌리는 깊다. 1970년~90년대 부산고 경남고 부산상고 경남상고 등 야구 명문고는 전국대회 수많은 우승으로 부산시민의 자랑이었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가족 응원단과 고향 관중의 뜨거운 열정이 바로 ‘야도(野都) 부산’이었다. 지금은 세월의 무게가 버겁다. 구덕야구장은 사라지고 사직야구장은 노후되었다. 과거 명성은 추억이다. 몇 년째 부산시는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계획 중이나, 국비 확보의 어려움과 사업성 문제로 여러 차례 좌초됐다. 총사업비는 3262억 원으로 추산되지만, 투자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있다. 또한, 건설 기간 중 임시 구장을 마련하고, 재건축 후 다시 원상 복구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도 큰 부담이다.

그렇다면 방향을 바꾸면 어떨까? 북항재개발 지역에 새로운 프로야구장을 건립하는 것이다. 북항은 바다와 도시가 만나는 상징적 장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처럼, 바다가 배경인 야구장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관광·문화콘텐츠의 중심이 될 수 있다. 현대식 야구장은 어디에나 만들 수 있지만, 부산항대교와 글로벌 부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입지적 강점은 오직 북항만이 가진다. 이곳에 야구장이 들어선다면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다.

현재 북항재개발 사업은 본래 목표였던 ‘시민 친수공간 조성’보다 초고층 아파트와 상업 빌딩 위주의 개발이 우선돼 보인다. 국비로 조성된 항만 부지가 민간의 사적 이익에 이용되는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북항이 다시 살아나려면 시민이 함께 하는 공공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 북항 야구장이 바로 그 답이 될 수 있다.

그럼, 사직야구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 철거나 난개발은 결코 시민이 바라지 않을 것이다. 사직야구장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고교야구, 사회인야구, 청소년 리그와 생활체육의 중심지로 활용하고, 롯데자이언츠의 역사를 기록하는 야구 박물관, 팬 카페, 야외 공연장 등을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 뉴욕의 ‘올드 양키 스타디움’처럼 ‘역사를 품은 경기장’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사직야구장 주변 상권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야구장이 북항으로 이전한다면, 인근 지역은 쇠퇴할 것이라는 걱정이 따른다. 미래 비전을 위한 사직 일대의 새로운 도시 디자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직체육공원’ 일대에 스포츠 생활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상업·문화시설과 연계한 지역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 또한, 몇 개의 전국고교야구 메이저 대회를 유치하고, 상시 엘리트 야구 캠프와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야구 테마’ 단지를 만들면 상권을 유지하고 활성화할 수 있다.

건립예산 문제도 현실적으로 풀어야 한다. 북항 야구장 건립에는 국비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민간 투자 유치와 시민 모금 운동도 함께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특히 ‘명명권(Naming Rights)’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오라클 파크처럼 구장 명칭에 기업 이름의 사용권을 부여하는 협약을 통해 건설비의 많은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 부산 향토기업과 글로벌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캠페인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여론이다. 북항은 부산시민 모두의 공간이다. 야구장 건립을 위한 적극적인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 정치권도 선거 공약이 아닌, 100년 미래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부산은 야구의 도시이자 바다의 도시다. 이 두 자산을 결합해 세계인이 찾는 야구장을 북항에 세운다면, 부산은 스포츠 관광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글로벌 도시로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사직의 역사와 북항의 꿈이 미래로 함께 가야 한다. ‘야도(野都) 부산’은 바다와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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