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사퇴했다. 한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며 “국가를 위해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이다. 한 대행은 2일 서울에 마련된 선거사무실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지난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보수 진영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지 약 한달 만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행직 사퇴를 선언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행의 사퇴와 대선 출마를 놓고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공석인 대통령직을 대행하던 인물이 직접 선거에 나설 명분 자체가 없다고 비난한다. 한 대행은 비상계엄 선포로 쫓겨난 윤석열 정부에서 3년간 국무총리를 지냈다. 계엄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 해도 도의적 책임까지 면해지는 건 아니라는 비판이다. 반면 지난해 국민의힘 총선 참패 이후 사임 의사를 밝혔던 한 대행이 대선 후보로 등판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폭주하는 더불어민주당을 가장 가까이서 겪은 그가 사퇴의 변에서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워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은 이유다. 한 대행은 한치의 양보 없는 대립과 논란의 한복판에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그동안 대선 때마다 정치권 밖에서 갑자기 불려 나온 사람이 많았다. 가까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런 경우다. 모두 기성 정치인에게 염증을 느낀 여론을 의식해 안정감 있고 국정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대안으로 내세운 결과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끝까지 완주하지 못했다. 초반에 반짝하다 혹독한 검증 과정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결국은 한 대행이 얼마나 준비된 모습을 보이는지가 출마 당위성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한 대행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국민의힘과 단일화 문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3일 김문수 한동훈 경선 후보 중에서 결정된다. 두 사람 모두 단일화에 일정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방법 등에 관해 이견이 표출될 경우 생각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결정 역시 이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다. 소위 ‘제3지대’에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도 한 대행과의 연대 가능성을 닫지 않는다. 그러나 자체 비전이나 정책 승부수 없이 ‘반이재명’ 구호 뿐인 빅텐트로 이들이 얼마나 국민을 납득시킬지는 미지수다. 현재 나라 안팎 사정은 백척간두에 비견된다. 한 대행 사퇴로 국정은 다시 대통령 대대행 체제가 됐다. 6·3 대선전이 그간의 혼란을 끝내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