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시민혁명은 음의 절대온도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감성물리’ 저자

  •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감성물리’ 저자
  •  |   입력 : 2025-04-28 18:49:5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물의 어는점을 0도로 정한 섭씨온도에 익숙하기에 예민한 사람은 몸의 감각으로도 영하의 온도를 맞추곤 한다. 온도에 따라 풍선이 부풀거나 쪼그라들 듯 ‘샤를의 법칙’은 일정 압력 아래의 기체 부피 변화가 온도에 비례함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동네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넓은 공간을 점유하지만, 어르신들은 한곳에 모여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이치와 같다. 열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들의 에너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도를 계속해서 낮춘다면 결국에는 열을 전혀 지니지 않는 상태에 도달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며, 대략 영하 273도 근처의 이 지점을 절대온도 0K(켈빈)로 삼는다고 배운다. 그래서 0K에서는 물질의 에너지도 0이고 음의 절대온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양자물리와 통계물리를 모른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양자물리는 텅빈 진공조차 에너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물며 원자들로 채워진 물질이 0K에서 에너지가 없을 리 없다. 대신 0K에서의 에너지는 열과 구분되는 양자적 불확실성의 결과다. 그렇게 액체 헬륨은 0K에서도 생명체처럼 바닥과 벽을 타고 기어갈 수 있으며, 고체 속 전자들 역시 0K에서 운동에너지를 지닌다. 이 낯선 상황을 이해하려면 열과 온도를 동일시하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온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통계물리의 온도는 에너지 변화에 따른 집단의 정렬 정도를 대변한다. 이를테면 집단의 구성원은 권력의 명령(order)으로 정렬될(ordered) 수 있지만 개인의 의지에 따라 ‘복종’과 ‘저항’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합리적 판단을 보류한 수동적 ‘복종’이 음의 에너지를 가지는 것에 반해, 두려움에 맞선 능동적 ‘저항’은 양의 에너지를 지닌다. 뜨거운 가슴에서 비롯된 ‘저항’의 에너지는 ‘열’이라는 단어로 바꿔도 무방하다. 개인이 선택한 ‘복종’과 ‘저항’의 에너지를 모두 합치면 집단의 총에너지가 된다. 가령, 막 입소한 신병이나 수감자 집단의 총에너지는 모두가 ‘복종’하는 가장 낮은 음수값을 지니고, ‘복종’과 ‘저항’이 양분된 집단의 총에너지는 0이다.

이제 똑같은 총에너지를 만들어 낼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보자. 모두가 ‘복종’하는 경우의 수는 단 한 가지뿐이다. 그러나 배신자가 되지 않기 위한 침묵의 ‘복종’을 거부하는 한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는 구성원 수(N)만큼 많다. N명의 구성원 중에서 2명이 ‘저항’하는 경우의 수부터는 조합(NC2)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이를테면 철수와 상욱, 상욱과 예지, 철수와 예지, 혹은 당신과 나 같은 다양한 짝의 조합이 가능하다. ‘저항’의 인원이 증가할수록 경우의 수도 증가해 구성원의 절반이 ‘저항’하는 지점에서 최대가 된다.

통계적 절대온도는 총에너지의 증가, 그러니까 ‘저항’ 인원수 증가에 따른 경우의 수 변화의 가파름에 주목한다. 가파름이 크면 온도가 낮다. 모두가 ‘복종’하는 한 가지에서 한두 명이 ‘저항’하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는 급격한 증가다. 따라서, 전원 ‘복종’의 정렬에서 이탈한 대담한 소수는 주목을 받을 수 있으며 이 집단의 온도는 낮다. 반면 이미 많은 이가 ‘저항’에 동참한 상황에서 한두 명이 더해진 경우의 수 증가는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정렬도가 낮아진 이 집단은 온도가 높다. 의견이 50대 50으로 양분된 집단에선 누구도 개인의 의견에 주목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우의 수 변화가 없는 ∞K다. 모두가 ‘복종’하는 차가운 독재사회에서 ∞K의 혼돈 상태로 갈수록 경우의 수 경사는 완만해지다 최고점에 도달해 평평해진다.

‘저항’의 인원이 절반을 넘긴 상황은 어떨까? ‘저항’의 일치된 의견이 점차 증가하며 경우의 수는 줄어든다. 전원 ‘복종’에서 절반의 ‘저항’을 향하며 증가하던 경우의 수 모습과 대칭을 이룬다. 즉, 경우의 수 기울기가 음(-)이다. 그러므로 시민혁명은 음의 절대온도에서 일어나며 오히려 양의 절대온도보다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시위를 지속하는 피로감과 개인적 일상의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권력의 부당한 명령에 맞선 시민의 반(反)정렬로 지혜로운 시민사회는 폭력 없이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다. 우리는 지금 그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2. 2'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3. 3'내란 중요임무 종사' 박성재 2심 내주 선고
  4. 4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5. 5"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6. 6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7. 7‘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8. 8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9. 9[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10. 10[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1. 1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2. 2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3. 3[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4. 4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2. 2"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5. 5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6. 6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7. 7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8. 8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9. 9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0. 10‘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2. 2'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3. 3'내란 중요임무 종사' 박성재 2심 내주 선고
  4. 4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5. 5‘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6. 6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7. 7[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8. 8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9. 9[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10. 10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