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서 김석준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행정 수장의 교체가 아닌, 시민이 지역 교육의 방향과 철학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응답한 뜻깊은 계기였다. ‘재선거’라는 낯선 상황은 행정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일시적으로 흔들렸음을 방증한다. 동시에 이번 결과는 부산 시민이 교육감에게 거는 기대와 책임의 무게를 분명하게 전달한 셈이다.
무엇보다 먼저 짚어야 할 과제는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선거가 다시 치러졌다는 사실은 부산시교육청의 운영 과정에 시민의 의구심이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김석준 교육감은 과거 두 차례의 임기를 통해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해왔지만, 이번 세 번째 임기에서는 행정의 투명성과 조직의 공정성에 각별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인사와 예산, 사업 추진의 전 과정에서 시민이 ‘이제는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할 명확한 신호를 보여줘야 한다.
둘째, 정책의 연속성과 변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김 교육감은 앞선 임기에서 고교학점제 기반 구축, 디지털 교육 인프라 확충, 진로·직업 체험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시민이 재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교육을 다시 바라보게 된 이상, 과거의 성과만을 내세우기보다는 현실의 변화와 현장의 피로감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개선해야 한다. 교육 정책은 실적으로 포장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가 일상 속에서 체감하는 실효성이 중요하다.
셋째, 교육공동체와의 소통 구조 마련이 필수다. 지금 교사들은 행정 업무에 지치고, 교육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여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학부모는 자녀의 학력 저하와 진로 불확실성에 대해 걱정이 크다. 학생들 역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학교 교육이 자신들의 삶을 준비시켜 주고 있는지 회의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교육 현장의 현실은 교육청이 설계하는 정책이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말해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청 중심의 정책 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참여 기반의 교육행정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 공청회, 정책 자문단, 지역별 교육 협의회 등의 제도적 장치를 활성화해 현장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소외 지역과 소규모 학교의 의견이 묻히지 않도록 균형 잡힌 경청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와의 연계·협력도 놓쳐선 안 된다. 부산은 지역 간 교육격차가 적지 않은 도시다. 도심과 외곽, 원도심과 신도심 간의 학습 인프라와 교육 자원의 차이는 명확하다. 이 차이는 학교의 노력만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교육청은 지자체와 협력하고, 지역 대학·산업체와 연계하며, 마을과 학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의 교육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산만의 고유한 ‘교육 연대’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출직 교육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행정의 전문성을 동시에 갖추는 것도 필수적인 덕목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일부 정치적 배경이나 성향이 이슈화되었지만, 당선 이후에는 무엇보다 교육 본연의 가치에 입각한 행정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나 사적 인연보다, 아이들의 교육적 성장과 교실의 공정성이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부산 교육은 지금 복합적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이후 뚜렷해진 학력 격차, 디지털 전환 과정의 혼란,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 문제까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동시에 이는 부산 교육이 새로운 비전과 실천을 통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김 교육감의 3기 체제가 이전의 연장선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해가는 전환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교육은 아이들의 삶을 결정짓는 일이며, 교육청은 그 삶의 방향을 설계하는 나침반과도 같다. 김 교육감은 다시 주어진 이 기회를 ‘과거의 성과를 증명하는 시간’이 아닌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시민이 다시 한번 교육감에게 힘을 실어준 이 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재선거라는 또 다른 시작으로 시민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새로운 설계도가 부산 마을 골목마다, 학교 교실마다 꽃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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