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수산 정책에서 비롯된 온갖 어업규제와 기후변화로 연근해어업 어획량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어업 경비인 인건비와 기름값은 계속 올라 경영 악화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어민들이 어업을 포기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10년 안에 우리 바다에서 근해어선은 자취를 감추고 연안어업도 어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겨우 명맥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적자를 견디지 못한 어민들은 나쁜 날씨에도 무리하게 고기를 잡으러 나가 최근 어선 침몰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 우리 어업이 얼마나 비참한 상황인지는 지난 10년 가장 호황을 누린 제주도 서귀포 수협만 봐도 알 수 있다. 2년 전부터 갈치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자, 올해 앞다투어 근해어선들이 정부 감척 폐업 지원금이라도 받고 어업을 포기하려 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부산과 통영 근해어선들도 서로 먼저 감척 신청을 하고 있다. 감척 지원금 사업 대상에 들어가는 것을 로또 당첨으로 여긴다고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어업 경영이 악화하고 어가 소득과 인구가 줄어든 이유는 어민들이 기후변화로 달라진 새로운 어업 환경에 적응하려고 해도 100년 전 일제 강점기에 비롯된 온갖 어업규제가 족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촘촘한 어업규제 때문에 어민들은 새로운 어종이 나타나도 잡는 어종이나 어구어법을 바꿀 수 없으며, 새로운 어장에서 고기가 많이 잡혀도 조업 장소를 바꿀 수가 없다. 어선에 복지시설을 늘리고 장비를 현대화해 더 효율적으로, 또 더 안전하게 고기를 잡는 것도 어선 크기 상한 규제에 묶여 불가능하다.
어업경영악화와 어촌 소멸 위기, 그리고 최근 오히려 늘고 있는 어선 사고의 궁극적 원인이 잘못된 남획 신화에서 비롯된 어업규제 때문임은 해양수산부도 인정했는지 2023년 8월에 당정 협의를 통해 어업규제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발표했다. 그러나 그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업규제는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다.
더구나 당정협의회에서 연근해 어업 정책을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로 전면 전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하는데, 기후변화 적응에 TAC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TAC는 기후변화 적응에 역행하는 잘못된 정책임을 지적했는 데도(국제신문 2023년 11월 13일 자 칼럼) 해수부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생뚱맞은 TAC를 고수하고 있다.
큰 혁신 없이 이대로 가다가는 10년 뒤 우리 식탁 생선은 모두 수입 냉동수산물로 바뀔 것이다. 잘못된 어업 정책으로 지난 40년 동안 우리 바다 어획량은 꾸준히 줄어든 반면 수입량은 늘어 2024년 기준 연근해어업 어획량은 마지노선 100만ｔ 한참 아래인 84만ｔ이었고 수산물수입량은 약 2배인 140만ｔ이었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생선 3분의 2는 이미 수입산이며, 100%로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우리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을 계속 먹으려면 그동안 흉내만 낸 완화가 아니라 어업규제를 100% 모두 없애 어민들이 자유롭게 고기를 잡아 어가 소득을 크게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업 관리는 더 이상 경직된 정부 부처가 아닌 수협중앙회와 같은 민간 자율에 맡기는 방안도 있다.
우리 바다에서 곧 고깃배가 모두 사라지고 어촌이 소멸할 절박한 비상 상황인데도 해수부는 아직도 어업선진화와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한가하게 반복하고 있다. 지금 현장에서 어민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어업을 그만두고 있으며 그나마 폐업지원금이라도 받으면 다행으로 여기고 있지만 누구 탓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매년 수천억 원 예산만 낭비한 TAC, 감척, 인공어초, 바다숲, 수산자원회복 사업으로 수산자원량이 회복돼 어민들이 더 고기를 많이 잡아 잘 살 수 있다고 큰소리쳐 온 수산학계와 정부는 실정을 인정하고 빚만 잔뜩 안은 채 어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억울한 어민들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특별보상법이라도 만들어주길 바란다. 다음 정권에서는 이런 혁신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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