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의 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부터 충청권을 시작으로 경선 일정에 돌입했다. 하루 전 등록 마감한 경선 후보는 이재명 전 대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3명이다. 영남 호남을 거쳐 수도권 경선일인 오는 27일 최종 후보가 확정된다. 국민의힘은 16일 컷오프를 시작으로 경선전을 펼치고 있다. 경선 후보에 등록한 11명 중 3명이 이날 탈락했고, 남은 8명이 본 경선을 치른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이다. 최종 후보는 1차 경선을 거친 4명으로 2차 경선을 치러 처음에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오는 29일, 아니면 결선 투표를 거쳐 다음달 3일 확정되는 일정이다.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의 당내 경선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전 대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정당 내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 자체는 제 3자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양당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상황은 적잖이 실망스럽다. 국민의힘 경선은 ‘한덕수’와 ‘윤석열 탄핵’ 말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당원도 정치인도 아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등판 여부가 사실상 가장 중요한 이슈다. ‘한 대행 변수’에 의해 들러리 전락이 두려운 경선 후보들과, 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일부 의원들 간의 신경전이 갈수록 첨예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탄핵 찬반 이력 등으로 후보 자격과 본선 경쟁력을 논하는 논쟁도 끝이 없다. 그러는 사이 본연의 공약 경쟁은 설 자리를 잃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김문수(위 사진 왼쪽부터)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유정복(아래 사진 왼쪽부터)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 8명이다. 연합뉴스

원내 1당인 민주당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경선 절차가 ‘어대명’에 맞춰진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어차피 후보는 이 전 대표로 정해졌으니 나머지는 경선이라는 형식을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다른 후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년 이상 유지해온 국민참여경선을 포기하고 이를 여론조사로 대체한 경선 룰 변경부터 그렇다. 여론조사를 압도하고, 열성 당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이 전 대표를 경선이 아니라 추대하는 절차에 가깝다. 결국 일부 후보가 경선을 포기해 이 전 대표 일극체제는 더욱 공고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민주당 경선 흥행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선까지 47일 남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는 국가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 임기는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세계 무역질서가 80년 만에 재편되고 미국과 중국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세력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5년이 될 수 있다. 거대 양당이 당내에서 벌이는 헤게모니 싸움은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할 만한 자질을 갖춘 인물을 걸러내는 진통이 맞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각 당 대선 후보가 윤곽을 드러내는 단계 하나 하나가 검증과 평가 과정이다. 국민이 냉철하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