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을 다시 찾아봤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조직과 운영,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 및 의무를 담은 가장 기본적인 법이다. 나라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국민에게 어떤 의무가 있으며 어떤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는지 정해놓았다. ‘법의 왕’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헌법 제1조는 국민이 대한민국 주인임을 선언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삼국시대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는 우리 역사에서 나라의 주인은 왕이었다. 왕 대신 국민이 그 자리에 우뚝하니 ‘법의 왕’이 갖는 의미는 깊고 넓고 중하다.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다.
헌법은 1조에서 130조까지 총강·국민의 권리와 의무·국회·정부·법원·헌법재판소·선거관리·지방자치·경제·헌법개정을 10장으로 나눠 담고 그 앞에 전문, 뒤에 부칙을 뒀다. 전문은 헌법이 만들어져 현재에 이른 경위와 이념 및 목적을 밝힌다. 이를 꼼꼼하게 읽으며 두 가지를 확인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으로 시작하는 431자, 원고지 2.2장 분량 전체가 하나의 문장이다. 그 주어가 ‘우리 대한국민’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며 ‘대한국민’을 소환했다. 헌재는 그가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꾸짖었다. 전원일치 파면 결정이 나온 배경이다. 위정자보다 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국민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심리적 내전’ 상황까지 치달은 탄핵정국을 넘어 화해와 통합으로 나아갈 저력을 발휘해 달라는 속내도 곁들였지 싶다.
이런 대한국민이지만 걱정거리는 여전하다. 탄핵정국은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내외 사정은 악화일로다. 그래도 법과 상식이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한숨 돌리고 간다. 대한국민이 그런 국민이다. 모든 근심을 털고 즐길 날까지 ‘우우락락’(憂憂樂樂)하는 이들이다. 중국 북송시대 학자 범중엄(范仲淹)은 시 ‘악양루기’(岳陽樓記)에서 ‘천하의 근심을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을 뒤에 즐거워하라’고 했다. 우리 국민이 딱 그렇다. 그러니 근심 걱정 다 보내고 맘껏 즐길 수 있는 날을 반드시 만들어 갈 것이다.
‘대한국민’이 역사적 정통성 계승과 국민주권 원칙을 강조한 헌사라면, ‘우우락락’은 조금만 더 힘내자는 소박한 나눔이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