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Ghibli)’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을 만드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유명하다. 원래 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을 뜻하는 이탈리아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군용 정찰기(Caproni Ca. 309)의 별칭이기도 하다. 비행기 광팬이었던 미야자키 감독이 이 정찰기를 좋아해 스튜디오 명칭으로 사용하게 됐다.
미야자키 감독은 한국 중장년 세대에겐 ‘알프스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 ‘미래소년 코난’ 등으로 친숙하다. 2000년 이후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으로 전 세계에 일본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켰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 많아 지브리 화풍은 소박하면서 따뜻하다.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이미지 생성 기능을 갖춘 새 모델을 최근 출시한 뒤 ‘지브리풍’ 그림 만들기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챗GPT로 여러 화풍으로 이미지 변환이 가능한 데 ‘따뜻하고 친숙한’ 분위기의 지브리 스타일이 단연 인기다. 챗GPT 앱에서 사진을 업로드하고 지브리풍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이 사진이 만화 이미지로 변한다.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 사진들이 지브리풍 일러스트로 도배됐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2년 여 전 챗GPT를 처음 출시했을 당시 가입자 100만 명을 확보하는 데 5일이 걸렸다. 그런데 ‘챗GPT-4o 이미지 생성’ 출시 후엔 1시간 만에 100만 명 늘었다. 오픈AI가 그래픽처리장치(GPU)자원을 유료 구독자들에게 우선 할당하면서 무료 이용자는 생성 결과물을 받기 힘들어졌다.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출시한 뒤 챗GPT 앱 유료 가입자가 늘어난 이유다. 샘 올트먼 CEO가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서버 과부하를 걱정할 정도다.
오픈AI가 새 기능으로 수익성을 확대했으나 지브리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거세다. 일본 만화 ‘원피스’의 애니메이션 감독인 이시타니 메구미는 “지브리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미야자키 감독은 2016년 AI가 만든 결과물을 보고 거부감을 표시했다. 창작자가 오랜 세월 공을 쌓아 만들어 온 독특한 스타일을 AI가 단시간 내 복제한다는 점에서 창작 의욕을 꺾을 우려가 제기된다. AI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도 커진 만큼 지브리풍 인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