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홧병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   입력 : 2025-04-06 19:10:28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제주의 가난한 해녀가족이 겪어온 1950년대~2000년대의 일상을 ‘가족사랑’이라는 주제로 그려낸 드라마가 요즘 화제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과 영상미에 감탄하고, 동시대를 살아온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 떠올라 내내 눈시울을 적셨다. 가난과 싸우며 억척스럽게 살아내던 어머니가 모진 역경에 가슴을 치던 장면에서는 ‘홧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가슴에서 목까지 뜨거운 덩어리가 차올라 온통 답답하고 가슴이 타는 느낌, 분노, 우울, 불면과 피로, 통증이 생기는 병을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홧병(火病) 혹은 울화병(鬱火病)이라고 불렀다. 1995년, 미국정신의학연구회에서 Hwabyung(홧병)이라는 정신의학용어로 정식 등재하면서 ‘분노의 억제로 인해 발생하는 한국 고유의 분노증후군’이라고 정의했다. 즉 화를 발산하고 풀기보다는 억누르고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온 특유의 민족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다.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참아내는 과정에서 분노가 쌓이다가 결국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병인 것이다.

스트레스는 실제로 질병을 유발한다. 오스트리아의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Hans Selye)는 스트레스가 미치는 몸의 생리적 반응을 연구해 1936년 학술지에 발표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의 몸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3단계의 일반적인 반응(일반적응증후군)을 보인다.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처음에는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고(경고반응기), 적응에너지를 사용해 일정 기간은 저항력이 증가해 대항한다(저항기).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지만 만약 장기간 지속되면 저항력이 급속도로 고갈되어 결국 각종 장기가 망가지는 순서를 밟는다(탈진기).

홧병은 심장병, 혈관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긴장상태를 유발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아드레날린, 코티졸, 글루카곤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분비되어 혈압을 높이고,심장박동을 빠르게 만든다. 혈관 안쪽 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혈소판 응집이 증가해서 혈관을 막는 혈전이 잘 생기는 상태가 된다. 부정맥, 허혈성 심장질환(협심증, 심근경색), 심근병증, 심장마비(돌연사)의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자식의 상실 후 처음으로 심근경색을 일으킬 가능성은 31%이며 그 심근경색이 치명적일 가능성은 58%라는 덴마크 연구보고도 있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라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적당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수면 등으로 우리 몸의 스트레스 저항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취미 명상 등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며 전문적인 심리상담, 정신과 진료와 투약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2015년 미국의 앤드류 웨일 박사가 대체 의학저널에 발표한 ‘478호흡법’이다. 혀를 윗니 뒤쪽에 붙인 채 배를 부풀리면서 4초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7초 동안 숨을 참고, 배를 집어넣으면서 8초 동안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이 호흡은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 몸속 산소수치를 올리고 이산화탄소 수치는 떨어뜨린다. 교감신경과 반대작용을 하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촉진된다. 세로토닌은 숙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으로 전환된다.

역대 최악의 산불, 관세 전쟁과 치솟는 물가, 어려운 경제상황, 비상식적 계엄 후유증, 막무가내 의대정원 정책이 불러온 의료계의 몰락위기… 최근의 연속되는 상황은 전국민적 홧병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은 잠시나마 국민의 답답한 가슴에 시원함을 주었다. 드라마에서 어머니의 대사가 문득 떠오른다. ‘지금부터 살아갈 인생은 내 아이가 자라서 기억할 이야기구나. 자식들이 내 장례식장에 와서 나를 추억할 이야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루도 치사하게 살수 없더라고… 모두들 폭싹 속았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9. 9“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10. 10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8. 8與주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 법사위 상정…국힘 반발·퇴장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5. 5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6. 6[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7. 7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8. 8‘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9. 9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0. 10"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4. 4“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5. 5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6. 6첫 공소청 수장 후보, 이정현·박철우·예세민 물망(종합)
  7. 7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8. 8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9. 9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등골 프로텍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제신문 정상화에 여야 한뜻…능인선원 결단하라
대통령 순방 정보 유출…국가 보안체계 전면 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일상으로의 초대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