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대한민국 어느 도시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엔(UN·국제연합)과 관련이 깊다. 제2차 세계대전이 미국 중심의 연합국 승리로 끝난 1945년 10월 24일 유엔이 만들어졌다. 설립 목적은 국제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고 국제 협력 증진, 인권 개선 등 활동을 통해 세계의 번영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유엔 설립 5년 후 한국에서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간 이데올로기 전쟁이 일어났다. 미국을 중심으로 1950년 7월 24일 유엔군사령부가 처음 설립되고 22개 국 유엔군이 3년간 참전해 수백만 명의 인명 살상과 수십만 명의 이산가족을 남긴 채 전쟁은 끝났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전국에 흩어진 유엔군 전사자 유해를 1955년 임시수도였던 부산에 모아 안장한 곳이 지금의 유엔묘지, 유엔평화공원이다. 올해는 설립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해마다 11월 11일은 전 세계 유엔군 전사자 가족이 부산을 향해 추모행사(턴 투워드 부산)를 여는 국제평화의 성지가 바로 부산이다.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글로벌허브도시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이들 도시보다 유엔과 연관성에서 앞선 도시가 부산이다. 생성형 AI 챗 GPT에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나온다. “부산시는 국제도시로서 다양한 유엔 산하 및 관련 기구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유엔해양법국제재판소(ITLOS) 지역사무소 부산 유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 외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및 국제회의 개최, 부산 세계시민교육센터를 유네스코와 협력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산은 글로벌허브도시로 가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작업의 화룡정점이 유엔 제5사무국 유치다. 유엔은 현재 미국 뉴욕에 본부가 있고, 스위스 제네바에 유럽 본부를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해당 국가의 제2의 도시다. 여기에 오스트리아 빈에 제3사무국을,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제4사무국을 두고 있다. 아시아에 제5사무국을 유치하려는 국가들이 물밑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만한 나라가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이고,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라 곤란하니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제5사무국 유치를 위해 서울시를 비롯해 경기 파주시 등 여러 지자체가 움직이고 있다. 부산이 최적지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이극체제를 통한 지역균형 발전과 소외된 지역경제 부활을 위해 부산 유치의 타당성을 강조한다면 비수도권 도시에서도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 2029년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고 부산항 북항에 유엔 제5사무국이 들어선다면 부산은 진정한 글로벌허브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무국과 유관기관 상주인력까지 합치면 수만 명의 활동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엔 제5사무국 유치는 부산이 글로벌허브도시로 도약하는 지름길이므로 부산시와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