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부산진 컨테이너야적장(CY)과 부산역 조차장 등 철도 부지를 부산항 신항 등으로 옮긴 뒤 이곳에 구간별로 차별화한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일대를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 부지로 선정하면서다. 철도 부지 이전으로 확보한 37만 ㎥ 부지 상부에 6만6000㎥ 규모 인공지반을 조성하고 이 위에는 공원과 아파트 상가 오피스빌딩 등을 들일 계획이다. 인공지반은 부산시민공원 중앙에 있는 하야리아 잔디광장의 1.5배보다 조금 큰 정도다.
철로에 덮개를 씌우는 방식의 지하화와 부지 개발에 총 1조8184억 원을 투입하는 이 사업을 통해 조차장이 가로막은 부산역과 원도심, 북항 공간을 연결하겠다는 게 정부와 부산시 계획이다. 단절된 공간을 연결하고 방문객을 늘려 원도심은 물론 부산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이나 그 방법이 개발 사업이란 데서 한편으로는 걱정이다. 사업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상비 지원과 용적률 혜택 등 개발 사업에 참여할 기업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철도 시설물은 도시를 단절하는 원흉이라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도시 면모를 바꾼다. 프랑스 파리 센 강변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 신고전주의와 인상파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파리의 대표적 미술관 가운데 하나다. 오르세 미술관은 원래 미술관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1900년 열린 세계박람회에 맞춰 지은 기차역이었다. 이곳은 1939년 장거리 열차 운영이 종료되고 1970년대 들어 건물 내 호텔마저 운영을 중단하며 폐역이 됐다. 이후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지 오랫동안 고민을 거듭한 끝에 1978년 리모델링을 시작해 1986년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이곳은 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에서 10위 안에 들 정도로 파리의 명소가 됐다.
기차역뿐만 아니라 철길 자체가 새로운 생명을 얻는 사례도 많다. 잘 알려진 미국 뉴욕 하이라인 파크가 대표적이다. 첼시 지구의 하이라인 파크는 2.3㎞가량 버려진 고가 철로에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와 예술 작품을 설치한 시설이다. 선로에 바짝 붙은 고급 주택들, 베슬이나 더쉐드와 같은 개성 있는 건축물, 휘트니를 비롯한 미술관과 갤러리, 첼시마켓 등이 어우러져 많은 이가 찾는 이곳은 뉴욕의 획기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명소가 됐다.
부산 철도 부지 지하화를 통한 시설 조성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터이다. 그래도 이런 류의 사업이 번번이 기-승-전-개발로 결론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