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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그냥 쉬는’ 청년 50만 명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5-03-13 19:24:2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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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는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했다. 그는 노동을 할 때만 지적이고 영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노동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미덕이라고 여긴 사람은 톨스토이뿐만이 아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국가 부의 원천은 물질보다 노동, 특히 노동력의 개선”이라고 했다. 호모파베르는 도구를 이용해 일하는 인간의 특성을 뜻한다.

이처럼 땀을 흘리거나 머리를 굴려하는 ‘노동’은 인간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근로자는 임금으로 노동의 대가를 보상받는다. 정신과 육체를 굳건하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땀 흘려 일한 후 맞는 휴식은 달콤하다.

일하지 않고 쉬는 청년이 5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쉬었음’ 인구는 50만4000명이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쉬었음’은 일을 하거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상태를 뜻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1년 이상 쉰 경험이 있는 청년 3189명 대상 조사에서 쉬었던 기간은 평균 22.7개월이고, 4년 이상 쉰 경우도 약 11%였다. 10명 중 7명은 쉬는 기간 불안했다고 한다.

청년층 취업난은 고학력자도 피해갈 수 없다. 통계청의 지난해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만442명 가운데 직업을 갖고 있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율은 70.4%로 집계됐다. 10명 중 3명은 백수란 이야기다. 어렵게 취업해도 절반가량은 2000만~6000만 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데 그쳤다. 고학력 인력이 늘고 있으나 일자리 숫자와 질은 만족스럽지 못한 셈이다.

요즘 20대는 실력 면에서 과거 어느 세대 못지않다. 그런데도 일자리가 없어 구직 실패를 겪는다. 불경기인 데다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게 된다. 청년을 실의와 좌절에 빠지게 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청년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경제적 기반을 갖추지 못하면 사회도 성장 동력을 잃는다.

청년층의 암울한 상황이 반전될 만한 계기가 없다는 게 더 걱정스럽다. 청년 실업은 정년 연장과 불가분의 관계다. 산업구조를 기술집약적으로 바꾸고 경직된 고용시장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언제까지 허송세월할텐가.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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