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가을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로 떠들썩했다.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은 회장직을 사퇴한 채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1심 법원 판단은 재판이 시작된 지 3개월여 만인 2008년 7월 16일 나왔다. 2심은 같은 해 10월 10일, 파기환송심은 이듬해 8월 14일 선고됐다. 그런데 1~3심 재판의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 선고가 모두 금요일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봐주기 판결을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주 5일제가 안착된 이후로는 금요일부터가 사실상 주말이다. 기관 입장에서는 이런 날 중요한 걸 발표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힘들다고 판단한다. 검찰이나 경찰은 수사 성과를 자랑하고자 할 때 금요일보다 월요일을 선호한다. 월요일자 언론 보도를 위해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브리핑을 하거나 자료를 배포하는 경우까지 종종 본다. 반대로 껄끄러운 사안이면 일부러 금요일을 택하기도 한다. 대중의 무관심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미국 정치드라마에선 종종 금요일을 ‘쓰레기 처리의 날’이라 부른다. 어떤 요일을 고르느냐에는 사안의 중요성 못지 않게 여러 간섭요인이 작용한다. 이른바 ‘요일의 정치학’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달 25일 최종 변론이 끝날 때만 해도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전례에 비춰 2주 후 금요일인 이달 14일 또는 21일이 유력했다. 대통령 탄핵 사건의 금요일 선고는 금융시장 변동이나 사회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7일 윤 대통령 구속이 전격 취소되면서 헌재 심판에 적잖은 변수가 생겼고,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대로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13일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심판 선고가 예정되어 있어 일단 14일은 배제되는 분위기다.
헌재 선고일은 일반적으로 매달 마지막 목요일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같은 중요 사건은 관행과 상관없이 별도 기일을 잡는다. 정치권에서는 탄핵 인용 혹은 기각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단식·삭발·릴레이시위로 헌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주요 광장과 대학가에서도 찬반 집회가 연일 진행되고 있다. 수십만 명이 모인 최근의 찬탄 반탄 집회는 모두 토·일요일에 집중됐다. 기각이든 인용이든 금요일 선고가 바로 뒤따르는 주말 대규모 혼란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요일 선고 효과가 이번에도 통할 지는 의문이다. 헌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