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정책입안자는 트럼프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이에 호응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에도 몇 번씩 충격적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행시기를 늦추거나 앞당기는 등 세계경제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경제동맹으로 국경을 함께하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반도체 보조금을 폐지하겠다는 선언은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대기업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쏟아진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정책은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를 아우르면서 미국에도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행정부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간의 미묘한 갈등의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1994년 미국은 유럽의 경제 동맹체인 유럽연합(EU)에 대응하기 위해 이웃 국가인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자유무역기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해 경제적 동맹관계를 구축하면서 상호 발전을 추구했다. 그런데 미국은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 해소와 제조업의 부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경제적 동맹국인 이들 국가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관세전쟁을 선포했다. 경제적 동맹관계는 일순간에 붕괴되고 트럼프는 ‘관세는 아름다운 단어’라고 묘사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연일 전세계에 생방송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자유무역은 대다수의 경제주체가 추구하는 목표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무역, 즉 교환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efficiency)이 달성된다는 것이다. 교환이 가능하면, 특정 경제주체의 생산과 소비가 같을 필요가 없으므로 동일한 생산량을 위해 비용을 줄이거나, 동일한 비용으로 보다 많은 생산을 추구하게 한다. 두 번째는 교환의 이익(gains from trade)으로 경제적 효율성으로 초래된 이익을 교역 상대방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세계경제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유무역 기반의 글로벌 통상규범을 만들었다. 이른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이다.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장기간 국제통상질서를 규범한 GATT체제와 통상환경 변화를 반영한 우루과이협정(UR)을 접목한 자유무역기반 통상질서이다. 가장 큰 특징은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을 목표로 예측가능한 통상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최혜국대우와 내국민대우를 둬 무차별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일국이 특정국가에 어떤 혜택을 주려면, 모든 회원국에 동일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최혜국대우와 수입품과 국산품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국민대우는 현재까지 매우 중요한 원칙으로 인식되고 있다.
WTO 체제는 단순히 통상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의 패러다임, 즉 경제적 국경이 사라지는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을 초래해 상품과 서비스, 나아가 생산요소의 이동이 급격히 증가했다. 더욱이 한동안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상당수 국가는 높은 성장과 안정적인 물가가 특징인 신경제현상을 누리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가 양자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앞다퉈 체결했다. 자유무역협정은 관세 또는 비관세장벽을 제거해 무역을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일정한 기간 동안 관세를 감소시켜 결국 관세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한편 지난 30여 년간 WTO 체제 하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공정무역을 해치는 덤핑과 특정 산업 또는 품목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은 교역 상대국 간 갈등의 원인이 돼 WTO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대두됐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슬로건 하에 국가별 상품별, 나아가 비관세 분야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무차별적으로 관세 폭탄을 투하함으로써 전 세계를 혼란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자유무역기반 WTO의 미래가 암울하다. 관세 폭탄으로 사라질 무역의 이익을 단지 쳐다만 볼 것인가. 역사적으로 볼 때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이 등장했지만, 일시적이었으며, 다시 자유무역이 경제발전을 이어나갔다.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무역의 이익을 WTO 회원국들이 지혜롭게 찾아오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