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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세계와 통하는 힙한 판소리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   입력 : 2025-03-09 19:22:0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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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재 부산MBC 라디오 클래식 프로그램인 ‘가정음악실’에서 국악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클래식 장수 프로그램인 고정청취자들의 음악취향을 고려해 10곡 남짓 전통 기반의 모던한 국악창작곡을 매주 소개하고 있다. 방송 중 청취자들의 문자창 댓글에는 음악을 듣고 느낀 개인의 감정, 사회에 대한 생각, 곡 자체의 평가, 연주자에 대한 관심 등 다양한 반응들이 넘친다. 이를 통해 음악의 파급효과와 예술이 사회에 끼치는 긍정적 가치를 실시간으로 경험하게 된다. 특히 판소리와 밴드가 결합한 이날치의 ‘범내려온다’ 메가 히트 이후 판소리 다섯 바탕(흥보가 심청가 수궁가 춘향가 적벽가)에 고착되어 있던 선입견을 여과 없이 깨트리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판소리의 대중성과 골계미가 대중과의 교감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소리꾼 이자람의 억척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 포스터.
예술은 시대와 호흡하며 지평을 확장해오고 있다. 그중 판소리는 특히 우리의 삶과 밀착되어 현실의 관심사와 대중의 취향을 반영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로, 사회의 관행과 제약을 깨고 혁신을 추구해온 장르라 할 수 있다. 하층문화로 시작된 판소리는 조선후기 상층문화로 변모하며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다섯 바탕에는 상류층이 선호하는 유교적 교훈이 근간인 내용으로 고착화되어 문화유산 종목으로 계승되고 있다. 한편 해방 이후 다양한 취향과 미의식을 반영한 수백 편의 현대 창작판소리가 꾸준히 작창되며 전통 판소리와 양립하고 있다.

창작판소리의 역사는 해방 직후 박동실의 ‘열사가’를 시작으로 1970년대에는 박동진 명창의 예수전(1969), 연창 시간만 장장 9시간 30분에 달하는 ‘충무공 이순신’(1973)이 대표적이다. 이후 1980~90년대에는 민중운동의 일환으로 골계미와 풍자를 지닌 풍자가 김지하 작사, 임진택 작창의 ‘똥바다’(1985), ‘오적’(1993) 등이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또랑광대 소리꾼 김명자를 필두로 15분 가량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단편 판소리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와 박태오의 ‘스타대전’(2001) 등 쉽고 친숙한 내용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받았다. 창작판소리의 부흥기라 할 수 있는 2000년대는 ‘내이름은 예솔이’라는 동요의 주인공인 소리꾼 이자람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을 판소리로 재탄생시킨 ‘사천가’(2007),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모티브로 한 ‘억척가’(2011)로 전 세계 러브콜을 받으며 판소리 세계화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직접 각색하고 작창한 ‘노인과 바다’(2019)는 판소리의 고도화된 성음과 1인 다역의 전통 연희방식을 고수한 미래의 고전이 될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활발히 공연되고 있다.

이러한 판소리의 현대적 변용은 다방면으로 통섭이 가능한 소위 젊은 엘리트 소리꾼들에 의해 더욱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데, 이에 발맞춰 국립창극단은 2022년부터 차세대 작창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작창가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국립창극단 역시 그리스 비극, 중국의 경극, 웹툰의 정년이 등 창작 소재의 경계를 허문 노력을 통한 노하우로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MZ 소리꾼들에게 멘토링과 전폭적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전통 장르의 전승에 힘쓰고 있다. 아직 접하지 못했다면 우리의 음률로 세계를 노래하는 창작판소리의 매력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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