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북극해 바다 얼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면서 북극항로에 관한 전세계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은 경제적 관점과 맞물려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항로를 40% 이상 단축할 수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북극 해빙을 ‘북극의 눈물’이라고도 부르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새로운 기회’로 생각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앞두고 북극항로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북극항로를 두고 긴밀한 극지협력체계를 통해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미국과 노르딕 국가, 일본도 북극항로 개척에 열을 올린다.
우리나라가 부산을 중심으로 북극항로 개척 논의를 본격화했다. 부산은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물류허브 실현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춤했던 북극항로 개척에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지난 13일 ‘부산 북극항로 개척 TF’ 첫 회의가 시발점이다. 시는 이날 TF 첫 회의에서 ‘북극항로 허브도시 부산’을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제 발굴과 실행방안 모색에 나서기로 했다. TF는 시 김광회 미래혁신부시장을 단장으로 선사, 대학, 연구, 단체, 공공 등에서 19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민간단체인 (사)극지해양미래포럼이 지난 19일 ‘북극항로 기획위원회’를 꾸려 연관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이 위원회에는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를 비롯해 학계, 연구·해양금융기관, 관련 연구소 등 24개 단체가 참여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극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장밋빛 미래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왔으나 부산이 북극항로 개척으로 해운업과 조선업 등 연관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엔 인식을 공유했다.
북극을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산시만 하더라도 2013년 북극종합대응기획단을 구성하고 북극정책 세부 추진과제 개발, 북극 연구용역 발주 등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북극항로에 힘을 싣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0일 ‘북극항로 개척’을 공식화하고 동남권 발전의 새로운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조기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인 행태’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부산의 미래를 책임질 북극항로가 정치권의 공방거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장호정 해양수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