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는 자연계에 드물게 존재하는 희귀한 금속을 뜻한다. 스칸튬, 이트륨과 란타넘계 15개 광물 등 모두 17개 광물을 총칭한다. 독특한 방사화학적·전자적 특성을 지녀 희토류는 반도체·전기차 배터리·군사 장비 등 전자제품 제작에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희토류를 채굴하고 고순도 제품으로 정련하는 과정에서 공해물질이 대량 발생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생산을 꺼리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우크라이나는 항공기와 군함용 합금 제조에 사용되는 티타늄과 함께 희토류 매장량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희토류 매장 지역은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 및 전투가 벌어지는 동부 전선에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직접 종전 협상에 나섰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제공해 온 무기 등 각종 지원 대가로 희토류를 요구했다. 군사지원 대가로 우크라이나 광물자원 수익으로 5000억 달러(719조 원) 규모의 재건 기금을 만들어 미국이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5000억 달러는 미국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자금의 4배가 넘는 규모다. 미국은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우크라이나에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 요구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래안보에 대한 보장이 없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두 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28일 금요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 광물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양국 협상 초안에 우크라이나 안보에 관해 언급돼 있으나 미국의 역할은 명시적으로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을 함께 개발해 수익을 공동 기금화하는 데는 합의했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도 희토류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을 향해 희토류 개발에 협력하자고 제의했다. EU는 우크라이나와 천연자원 개발 협력을 제안하며, 30개의 중요 자원 중 21개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강대국 행보에 ‘각자도생’ 의미를 실감한다. 침략당한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더 큰 시련을 겪을지 모르겠다. 이해득실을 따지는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버티려면 우리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은정 논설위원